문희상의 절묘한 선택…왜 12월 3일인가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9-10-30 11:01:56
검찰개혁-선거법-예산안 일괄타결 가능성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fast track) 안건인 검찰·정치개혁 법안과 관련해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30일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문 의장은 전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12월3일 사법개혁(검찰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 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건 등 4건이고, 정치개혁 법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1건이다.
문 의장이 이들 5건의 법안에 대해 신속한 상정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르면 오는 12월 초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2월3일 검찰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는 것은 그날 검찰개혁 법안 4건을 본회의로 넘긴다는 뜻으로 바로 표결 절차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본회의에 토의할 안건을 회의석상에 내어 놓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야만 의사일정에 올라가고 표결에 부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관련 규정이 담긴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늦어도 2020년 1월 말까지는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야 하는데, 문 의장은 이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안건과 예산안을 일괄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야가 예산안을 확정짓지 못해도 국회법에 따라 11월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지난 8월29일 정치개혁특위에서 의결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최대 90일) 단계에 있는 선거법 개정안도 11월27일이면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따라서 12월3일은 검찰·정치개혁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 3건의 굵직한 의안이 모두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시점이다.
문 의장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29일 부의 요구를 일축하고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12월3일로 늦춘 것에 대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로써는 원칙을 이탈하는 해석"이라며 불만을 표시했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12월3일도 법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만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반겼다.
정치권에서는 문 의장의 선택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패스트트랙 안건의 연착륙을 연말 이후까지 미룰 수 없고, 공수처 설치 법안을 우선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해도, 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 등 야3당이 반발하는 만큼 이들 법안의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현실적 고려를 했다는 것이다.
당초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에 합의하면서 선거법 개정안을 검찰개혁 법안에 앞서 본회의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 의장으로선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현재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민주당(128석)·바른미래당(28석)·정의당(6석)·민주평화당(4석) 등 여야 4당과 대안신당(무소속·10석)의 의석수(176석)만으로도 과반 의결이 가능하다.
결국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당시 여야 4당의 공조가 얼마나 단단하게 유지되느냐에 따라 검찰·정치개혁 법안의 운명이 걸렸다.
한편 당초 문 의장이 국회입법조사처를 통해 부의 가능 시점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았을 때 자문에 응한 9명 중 과반인 5명이 12월3일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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