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년 황교안, 전권 다 내주고 측근 하나 못 챙겨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3-11 11:16:29

었던 한선교마저 '안철수 구애'로 독자정당 움직임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시작은 원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한' 빈손 공천으로 정치수업료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11일 "황 대표가 이번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개혁 명목으로 던지더니 결국 측근 하나 못챙기고 외딴섬에 유배되는 신세가 됐다"며 "정치 초년생이 살벌한 정치판에 들어와 비싼 수업료를 치루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황대표 측근 인사들이 경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면서 "팔다리를 다 잃고 혼자 남은 황대표가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믿었던 한선교 대표가 공천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등 총선 후 독자 정당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황 대표를 아프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황 대표와 한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처음 만나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가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 등 통합당 영입인재의 비례대표 우선순위 공천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2시간 만에 철회한 해프닝도 양 대표 간 이견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당초 위성정당이라는 한국당 취지에 맞게 통합당 영입 인재 위주로 비례대표 공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한국당이 공천에서 독자 노선을 걸으면 어떻게 하느냐. 이대로라면 총선 후 합당 절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당은 이날 2019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영입을 발표하며 독자 행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는 비례대표 1번을 윤주경 전 관장으로 하려는 황 대표의 생각과는 어긋난 것이어서 황 대표는 이런 한 대표의 행보에 당혹하는 모양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한 대표는 황 대표의 성균관대 동문으로, 황 대표 체제의 첫 사무총장을 지낼 만큼 한때 대표적인 황교안 라인으로 통했는데, 한 대표가 통합당이 선정한 비례대표 명단을 그대로 공천할 거라는 당초 예상을 깨자 당내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며 한 대표가 지난달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을 임명할 때부터 통합당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통합당 안을 배제하고 공천 명단을 짠다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 대표는 이번 총선부터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금지하는 개정 공직선거법을 명분으로 독자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통합당과 한국당은 다른 당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비례대표 공천 기준에 맞춰서 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 일각에선 21대 국회에서 통합당과의 합당 없이 독자 정당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초 한국당 의석을 15∼18석 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선거 판세에 따라 20석을 넘길 수도 있다며 한국당이 만약 20석 이상 얻어 원내 교섭단체가 되면 총선 후 통합당과 합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교섭단체 대표가 된 한 대표가 굳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황 대표에게 가져다줄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가면 통합당은 한국당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지역구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선교 대표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대구로 내려가 (의료 활동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겠다"며 "안 대표가 원한다면 통합된 당의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거나 아예 대표 자리를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막아내는 게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대의인 만큼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16일 공천 절차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쯤 대구에서 안 대표를 만나 결론을 짓겠다"며 "안 대표가 의료 자원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진작 만났을 텐데 일정이 다소 늦어져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미 안 대표가 2016년 총선에서 영입했던 비례대표 의원 대부분이 미래통합당으로 옮겨와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며 "안 대표도 정치적 미래를 감안하면 큰 판으로 들어와야 하고 미래한국당과 통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추진하고 있지만, 황 대표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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