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총선참패에도 밥그릇 싸움만...청년 홍위병 등장도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4-30 11:18:07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이후에도 밥그릇 싸움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특정 세력 간 암투에 이어 상임전국위 재개최를 놓고도 최고위 구성원들이 충돌하는 등 갈수록 당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30일 “당이 망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크게 졌는데도 집안싸움을 하고 있는 통합당은 정말 답이 없어 보인다”며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지닌 보수정당을 새로 출범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통합당 내홍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최고위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전날 결정된 ‘4개월짜리 시한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폭발한 당내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지난 28일 무산된 비대위 임기 제한을 해제하는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자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서로 엇갈렸다.
비대위 권한 축소와 조기 원내대표 선출을 주장해 온 조경태 최고위원은 회의 중간에 퇴장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를 구원해 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자”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했다.
무소속으로 계속해서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 각을 세워왔던 홍준표 당선인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오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차라리 자강론으로 가야 한다. 당내 당선자들이 모여 당을 재건 못 할 바에는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28일 상임전국위를 열어 ‘2020년 8월 전당대회’ 개최를 명시한 당헌·당규를 고쳐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내년 초까지 연장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이 때문에 4개월짜리 비대위가 불가피해지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자리를 사실상 거부했다.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김종인 비대위’ 비토론이 강해 통합당의 지도체제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비토론의 배경에는 김 전 위원장이 ‘1970년대생 대권주자론’을 설파하면서 차기 당권·대권 구도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있다. 당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김 전 위원장 견제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통합당 청년비대위가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배경과 관련해 홍위병을 자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청년비대위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제1야당인 통합당이 한 개인(김종인)에게 무력하게 읍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당원 전체와 미래통합당을 지지해준 수많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전원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통합당 청년당협위원장이나 21대 총선 후보자 등으로 구성된 청년비대위가 성명서 발표를 위해 하루 전 급조됐고 김재섭·조성은·천하람 등 구성원 상당수가 김세연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 재직 당시 영입했거나 총선 후보자로 내세웠던 '김세연 키즈'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세트로 '물갈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청년 후보를 다수 공천하는 등의 행적으로 '총선실패' 주역으로 지목되는 김 의원과 관련된 청년 당원들이 당내 세력화를 시도하고 나서는 데 대해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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