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 대통령, 여야 대표 대화 제안...통합당이 거부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8-18 11:54:22

김종인 “제안은 무슨 제안” 주호영 “모양새 갖추기 알리바이용”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정당 대표 대화를 제안했지만 통합당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밝힌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기자회견에 반발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은 무슨 제안’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야당과) '대화하려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알리바이용"이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 나선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은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됐다', (통합당은) '정식 제안조차도 없었다',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우스운 일"이라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어 "최재성 정무수석이 취임 인사차 와서 (김 비대위원장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대통령과 한 번 한번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며 "저희로선 의례적이고 지나가는 말로 한 번 만나는 게 안 좋겠느냐는 것으로 들었고, 그 이후에 (김 위원장이) 확실히 거절한다는 답변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문 대통령 임기) 3년쯤 지나면서 당 대표 또는 원내대표들이 만났던 과정과 그 이후를 보면 만나는 모양새 다음에 무슨 결과라든지 후속 조치들이 거의 없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최재성 정무수석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8월 당 대표를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해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했다”며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실무적으로 협의했고 내가 13일 김종인 위원장을 예방해 재차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회동 일자를 21일로 제안했지만 통합당이 지난 16일 불가 입장을 전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청와대의 제안은 여‧ 야‧ 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분기에 1회 개최한다는 기존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은 지난 2월과 5월 정당 대표와 양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대화했다”며 “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언제든 열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경제 위기 등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 브리핑 직후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빈말로 지나가듯 언저리에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서 여야대표 대화 성사가 안 된 것처럼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 들어서서 법사위원장 강탈, 의회 독식 등 청와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더니 이제 와서 돌변해 ‘회담하자’ 팔을 비틀고 있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데에 익숙해지더니 대화마저 강매하고 있다. 국면전환용 쇼에 무턱대고 따르라 하면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이였다"며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삼고초려' 끝에 김 위원장을 영입했었지만, 김 위원장의 '당대표 추대론'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김 위원장이 민주당을 탈당,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났다.


실제 2016년 4월 민주당의 총선 승리 이후 둘 사이의 만찬이 이뤄졌으나 이후 언론을 통해 '현실적으로 (김종인) 추대가 불가능하다'는 문 대통령 측 입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위원장도 "당권에 관심이 없다"고 발끈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김 위원장이 "말을 만들어서 한다"며 "문재인을 만날 때는 녹음기를 가져와야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자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 스타일이) 우리 당 정당민주주의 방식과 다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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