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청와대 출신 70명 출마설에 “소는 누가 키우나” 내부 반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1-08 12:08:03

청와대, 참모들 출마 독려...양정철 “대통령 덕 볼 생각 말라” 제동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4·15총선 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8일 현재 청와대는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예정이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경기 일산 지역 차출설이 돌고 있는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총선 출마자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청와대 출신 중 총선에 나올 분들이 60명을 훌쩍 넘어 7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정권에서 이렇게 많은 청와대 참모들이 총선에 출마한 경우는 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치러진 19, 20대 총선에 출마한 전직 청와대 참모는 각각 10여명 안팎이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총선 준비 캠프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안 좋은 현상"이라며 "(청와대 총선 출마자)숫자가 너무 많아 이대로 가면 나중에 친문 감별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자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마할 사람들은 출마해야 되지만 일할 사람들은 일해야 한다. 소는 누가 키우나? 청와대를 다 나오면 일은 누가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다,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한 그는 총선을 정확히 100일 앞둔 지난 6일 사의를 밝히며 “겸손하지만 뜨겁게 시작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구로을에 지역구를 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원 겸직 장관)이 지난 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윤 실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박영선 나간 자리에 윤건영”이라는 그 간의 소문에 힘이 실렸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서는 “청와대 출신이라고 유리한 지역구를 받아 꽃길만 걸어서는 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실장의 경우 고향인 PK(부산·경남)나 자택이 있는 경기도 부천 등 다른 지역 출마 수요가 필요한데 굳이 민주당 ‘표밭’을 골라가는 걸 곱게 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1월 의원들 여럿을 모아놓고 “대통령 덕 볼 생각은 말아야 한다”며 “청와대에서 실장까지 했으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지역 민심이 악화된 일산 벨트를 전략지역으로 판단하고, 전략 공천 방침을 정한 상태에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나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6일 고위전략회의에서 장관들의 불출마 지역구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출마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고위전략회의에서 일산 벨트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양 원장이 공감했다"며 "양 원장이 '장관들이 힘겹게 일궈 놓은 지역의 공천과 관련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고 대변인이나 한 전 행정관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고양벨트에서 실시한 것은 맞지만, 공천이 유력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른 인재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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