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결국 분열...비당권파 '비상행동' 구성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9-09-30 12:22:31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그동안 손학규 대표 퇴진을 요구해오던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바른미래당이 조만간 분당될 수 있다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이들이 신당을 통해 향후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 협의 과정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전대표께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 실패를 규정했다"며, "저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의 개인적 역량과 능력을 당화합 신뢰회복에 집중한다면 제3당 지위 넘어 수권 능력 과시하는 국민정당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바른정당계는 ‘손학규 대표와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손 대표를 퇴진시킬 제도적 방편이 없는 만큼, 탈당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11월 신당 창당’을 몀두에 두고 있는 만큼 창당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다음 달 10일 전후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나돈다. 내년 총선 공천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의원들의 거취와 관련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 중이고, 다른 의원들과도 상의하고 있다”고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부분 비례대표 의원들인 안철수계 의원들의 출당 문제가 관건으로 남은 상태다.
바른정당계와 뜻을 같이 하는 7명의 안철수계 의원들은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을 제외하곤 모두 비례대표 출신으로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제명은 당 윤리위원회가 결정하며,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당 당헌ㆍ당규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을 떠나려면 당의 제명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권은희 의원이 박주선 의원을 만나 비례대표 6명에 대한 출당 조치를 요구했지만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당을 나가려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런 그들의 정치놀음에 놀아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바른정당계 8명만 탈당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사석에서 아이디어를 던진 것으로 알지만 손 대표와 아직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다"면서 "공개 제안이 들어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바른정당계가 이처럼 창당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당대 당 통합 대신, 당초 피하고 싶었던 자유한국당 입당으로 무게가 쏠릴 경우 신당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승민 측 움직임에 대해 한국당 쪽에서도 비교적 반기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좌파의 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파 안의 작은 모순은 후 단계로 미룰 수 있다. 조국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 우리가 합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이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을 출범했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 비상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유승민 전 의원이 우리 비상행동의 대표를 맡아서 이끌어주시기로 했다"며 "앞으로 회의도 유 전 의원이 직접 주재를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행동에는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모두 참여한다. 이들은 유승민계 8명, 안철수계 7명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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