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최고위 ‘김종인 비대위’ 의견 모았으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4-19 12:29:32

김종인 ”연말까지 임기 보장해야 비대위원장 맡는다”
조경태-권영세-김태흠 “비대위해서 잘된 경우 봤냐”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4·15 총선에서 참패해 위기에 빠진 미래통합당에 다시 '김종인 등판론'이 일고 있으나 연말까지 임기를 보장해달라는 김 전 위원장 요구 사항에 당내 반발이 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통합당 지도부는 지도부 공백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김종인 카드 외 다른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교안 전 대표도 사퇴를 앞두고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 수습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비공식적으로 “비대위원장을 하게 되면 최소한 연말까지는 당을 맡겨 줘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통합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심재철 통합당 대표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정식 제안을 받고서 지난 17일 “올해 연말까지 임기가 보장되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연말 임기 보장을 요구한 건 ‘위기관리형 임시 지도자’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 측근도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는 5, 6월까지만 당을 이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단순히 당 대표를 새로 뽑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는 맡을 이유가 없다. 영남당으로 전락한 현재 당을 전부 개선해야 하는 비대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이상의 ‘큰 꿈’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야당 개조' 의지를 내비쳐왔다. 


그는 총선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는 일도 거침없이 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총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도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조경태 최고위원은 수습대책위를 세워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비대위든 수습대책위든 기간을 최소화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을 지역구 입성에 성공한 권영세(4선) 당선자 역시 페이스북 글에서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 게 ‘감투싸움’인 것으로 비칠까 두렵다”며 “우리가 그동안 비대위를 만들지 않아서 선거에 졌는가?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3선 도전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도 “당 쇄신을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다. 그동안 비대위를 해서 잘된 경우를 봤느냐”며 “김 위원장도 선거 패배에는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