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비대위 구성해야" 지도부 책임론 제기하지만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1-05 13:19:21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비례제-공수처설치 등 패스트트랙 쟁점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요구하는 등 지도부 책임론을 앞세운 당내 비박계의 연이은 '황교안 대표 흔들기'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5일 "지난 9월 한 차례 황 대표 흔들기에 실패했던 세력들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또 다시 세결집에 나선 모양새"라며 "대부분 탄핵 정국 당시 당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 일이 생길 때마다 비대위를 만병통치약처럼 앞세우는 건 그들의 오랜 수법"이라며 "이번에는 특히 각자에게 씌워진 '탄핵 올무'를 면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수대통합' 명분으로 주도권을 잡고자 하지만 그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홍준표 전 대표는 전날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느냐"면서 황 대표를 비난했다.
앞서 수도권 험지 출마 권유를 일축하고 대구-창녕 출마 의중을 내비친 한 바 있는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종교적 신념으로만 하면 그 정치가 제대로 된다고 아직도 생각 하느냐"고 날을 세우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그는 “위기모면책으로 보수통합을 또 선언하고 험지출마 운운 하면서 시간 끌고 그럭저럭 1월만 넘기면 자리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국 사회 양축인 보수 우파 집단 전체가 궤멸 당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박근혜 정권 궤멸을 현장에서 직접 당하지 않았나? 이미 두달 전에 선언한대로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황대표님 밑으로 들어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휘, 복종의 관료 집단이 아닌 공감과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맺어진 정치 집단”이라며 “늦어면 늦어 질수록 우리는 수렁에 계속 빠진다. 이제 결단 하시라. 나를 버리고 나라의 미래를 보시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불출마 선언을 한 여상규 의원도 황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비대위 구성을 요구했다.
여 의원은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과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함께 했다가 홍준표 당 대표 때 복당한 인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말도 안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 당 지도부가 막아냈어야 한다”면서 “당대표를 포함해서 한국당 전 국회의원들까지도 자리에 연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날치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그런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게 지도부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국회 선진화법 (위반을) 걱정하고 있는데 내가 책임진다는 당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 당 지도부에 심한 불만을 느꼈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여당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선 자유주의 진영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도부는 어떻게 추진하는지, 추진이나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를 이어가면서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 지도부는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역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도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관위원들, 그리고 당이 이 지경이 되는데 책임 있는 중진들은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설령 이들이 공천을 신청하더라도 당에서는 ‘공천 배제’를 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측면 지원에 나섰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찬성' 세력들과 궤를 같이 했던 조선일보도 전날 칼럼을 통해 "여권의 이런 폭주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강력한 야당의 부재"라며 노골적으로 '황교안 야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황교안 야당'은 '문재인 여당'보다 지지도가 15~20%포인트 낮다"고 지적하면서 "'미운 정당'이 '잊힌 정당'을 이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50%는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새 얼굴을 기다리고 있는데 황교안 야당은 이런 국민의 변화와 희망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 이대로면 '황교안당'은 '문재인당'에 필패한다. 총선에 실패하면 황교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그걸로 끝난다"고 압박하면서 "누가 봐도 황 대표의 영향권 밖에 있는 줏대 센 인물을 세워 공천권과 당의 비상관리를 맡겨야 한다. 그래야 사는 길이 열린다"고 황 대표의 공천권 포기를 강권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국민이 원하면 험지보다 더한 험지도 가겠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험난한 길임을 알았고,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당이 바로 설 수 있는 제대로 된 가치와 신념을 만들고자 당 대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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