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공소장 원본 비공개 결정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2-05 14:47:33
야당 “이것이 당신들 바라는 검찰개혁이냐” 맹공...민주, ‘침묵’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 공소장 원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야당이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나섰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일 째 묵언수행 중이어서 빈축을 사고있다.
추 장관은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절한 것과 관련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에 의해 (공소장 전문이) 더이상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제출된 자료가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그런 잘못된 관행이 있어왔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서 국민의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또 형사절차에 있어서 여러 가지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의 공소장 공개 요청을 6일 동안 미뤄오던 법무부는 전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한 내용을 담은 A4용지 70장 분량의 공소장을 요약한 3장 분량의 공소사실 요지만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은“내가 책임지겠다”며 법무부 참모진에게 비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추 장관의 이 같은 결정은 노무현정권 당시인 2005년 5월부터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제출해오던 것을 갑자기 바꾼 것이어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에 이어 민주평화당까지 "이것이 당신들이 바라던 검찰개혁이냐"고 질타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최근 검찰이 청와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한 내용을 담은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장 원문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오후 논평을 통해 "대체 얼마나 많은 정권의 비리가 적혀 있기에 이렇게까지 감추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조국 소환도 비공개, 정경심 재판도 비공개, 이 정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매번 비공개 카드를 내놓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공개하며 여론몰이를 할 것이고, 자신들의 치부는 덮으려 할 것"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다. 진실은 드러나게 돼있다. 법무부는 당장 검찰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고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종철 새보수당 대변인도 "법무부가 공소장을 국회의 요구에도 내놓지 않고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사유화'와 '법치 농단'이 어느 정도까지 추악하고 추잡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을 협박하고 포박하더니 이제는 국민의 알권리까지 옭아맨다. 도대체 얼마나 부끄럽고 무서우면 공소장을 숨기는가"라며 "법무부가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국회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거기에 엄청난 사실 관계와 결론이 담겼다는 것이고, 그걸 국민들이 보고 아는 것이 몹시도 두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면 공소장은 물론 판결문도 못 보게 하고 숨기려 들 것"이라며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 상상을 초월해 벌어지고 있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 역시 오후 논평에서 "평화당은 국회의 정당한 자료요구에 자료제출을 차일피일 미룬 것도 모자라 공소장 전문이 아닌 개요만 정리해서 제출하겠다는 법무부 결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이것이 당신들이 바라던 검찰개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여당은 야당 시절 검찰이 '권력의 시녀', '권력의 개' 노릇을 한다며 '견찰'이라 비판하더니 지금은 검찰개혁, 사법개혁 구호 뒤에서 검찰을 향해 칼을 들이대며 권력의 충직한 개가 되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중히 수사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는 어디로 갔는가. 국민을 위한 검찰을 만들겠다던 민주당의 꿈은 어디로 가고, 자신들을 위한 검찰을 만들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해당 사건의 고발인 자격으로 법원에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을 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당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가 법원을 방문해 선거개입 사건에 관한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을 완료했다.
한국당은 3∼4일 이내에 법원의 허가 여부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만약 불허 결정이 내려져도 이에 불복해 별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 외에도 주광덕 의원이 법원행정처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으며, 김도읍 의원은 대검찰청에 공소장 정보 공개 청구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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