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총잡이 양현모편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0-12-29 16:15:04
총잡이 양현모! 그가 ''양현모 사진관'' 주인이다! 그는 총잡이다. 기관총을 쏘는 총잡이가 아니라 한 발 한 발 장전하며 호흡하듯 격발하는 스나이퍼다. 카메라를 저격용 라이플 처럼 껴안고 물기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니 그냥 보는게 아니라 피사체 하나하나를 정조준 하고 있는거다. 사고싶은 장비를 살 수 있었고 결재일을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세월은 잘 흘렀다. 이태리에서 작업했던 패션, 광고사진들이 광고시장의 호황기에 맞물려 사진작가 양현모의 주가를 솟구치게 했다. ''20여년 동안, 정말 뉴욕에 온 시칠리아 마피아처럼 살았어요. 수십명의 스텝들이 제 사인을 기다리며 '얼음땡!' 대기상태 였으니까요. 그때는 아! 이런게 프로의 자존감 이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돈의권력' 이었던 거에요'' 그는 수십명의 스텦을 제자리로 보내고 그가 공부했던 강의장 보다 훨씬 넓고 호화로운 스튜디오도 닫았다. 십년전이다. 그리고 그가 남들과 다른 세상을 꿈꾸며 배회했던 충무로로 돌아와 젊지만 친구같은 어시스턴스와 단 둘이 단촐하게 간판을 걸었다. '양현모사진관' 지나는 사람들은 비틀배틀한 계단을 올라야 되는 옛 건물에 붙은 고색창연한 사진관 간판을 보고 혀를 찬다. ''에이, '뉴욕포토' 이래도 쳐다보지 않을텐데 사진관이 뭐냐? 그럴거면 옆에 이발소도 하나 같이 차리던가!'' 염려처럼 이발소 부업은 안해도 될 듯하다. 십년 전부터 찍어왔던 탑 사진이 1000만원대가 훌쩍 넘는 가격에 의미있는 속도로 팔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때, 동춘서커스를 1년을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아마도 흑백 느낌의 간절하고 절박한 꿈을 찍었던것 같아요. 이태리 시절엔 자유와 욕망을 찍었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돈과 여자를 찍었어요.허긴 여자를 잘 찍으면 확실히 돈을 벌던 시절 이었지요. '' 그는 '예쁜여자' 찍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냥 '예쁜여자'가 아니라 찍으면 돈이되는 '예쁜여자'를 찍었다. 그리고 10년 전 어느 날 예쁜여자의 수명이 의외로 짧다는걸 눈치챘다. ''한 천년쯤 예뻐야 되는데...'' 한숨처럼 내뱉는 독백에 절벽처럼 답이 다가왔다. ''탑이. 눈앞을 절벽처럼 가로 막았어요. '면벽수행' 이라는게 이런건가 싶더라구요. 천년동안, 그 긴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였을까요? 그럼에도 그 자리에 여전히 서 있다면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탑들이 말을 걸어 오거든요. 참 예뻐요!'' 10년 넘게 탑들과의 밀회를 하던 그는 급기야 2017년 11월 뉴욕 맨하탄에서 '한국의 탑' 전시를 시도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한국의 탑이 ''참 예쁘다!'' 하는 걸 증명했다.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뭐가 다른가? 탑도 예쁘게 찍어야 그렇게 나온다 . 어릴때 증명사진 찍는 사진관처럼 탑 뒤에 장막을 치고 찍기도하고 시간대 별로, 또는 계절별로 또는 달뜨는 밤대로 각기 다른 예쁨을 찍어야 한다. 그러자면 참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여자들의 화장품 가방이 학교때 도시락가방 보다 훨씬 더 큰 것 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늘 묻는다. ''어떤 장비를 써야 좋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냐?''고 그는 대답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왜 찍는거냐고? 사진! 어디 쓸 거냐고? 사진! 어떻게 대답하든 답은 늘 같다. ''렌즈보다 자기 눈을 쉼없이 닦아야 한다!''고 역시 양현모는 보통 사진사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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