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등 홍수피해 원인 놓고 정치권 네탓 공방 치열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8-10 16:16:53

문 대통령 "4대강 보 영향 조사하라..실증적 분석 기회"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최근 산사태 등 폭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그 원인을 둘러싼 정치권의 네탓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는데 태양광 발전시설 난개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라며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졌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결국은 그것도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정을 운영해 본 정당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자 해야 한다”며 “남 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건축전문 법률사무소 '집' 대표변호사인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 사무부총장이 '4대강 사업을 폭우피해로 지목한 반면 태양광 시설엔 면죄부를 준' 박창근 카톨릭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전형적인 곡학아세"라고 직격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원 변호사는 이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천의 단면적을 키우는 공사가 4대강 사업의 기본원리였다"고 박 교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우선 '섬진강 범람 원인을 둑 관리 부실'이라고 지적한 박교수 발언에 대해 "제방이 관리부실로 파인 것은 둑 붕괴 상황과 같은 것"이라며 "전형적인 곡학아세"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의 기본원리가 하천의 단면적을 키우는 공사였다"며 "보는 준설 등의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원 변호사는 "박 교수가 대안 차원에서 하천의 단면적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면을 늘리기 위한 보완장치 중 하나인 보를 홍수피해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과거 MB 정부의 4대강 지천 지류 공사를 막은 게 당시 야당이었던 현 더불어민주당이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2011년 당시 MB 정부는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 댐 5개, 저수지 96개 설치로 4대강 공사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그러나 예산낭비와 부실공사가 우려된다는 야당(현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밀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원 변호사는 태양광 설치로 인한 산사태 가능성을 산비탈 작농 상황과 비교한 자체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박 교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우선 태양광 설치 면적과 텃밭 정도의 작농 형태는 규모면에서 엄청나게 다르다"며 특히 "밭은 땅 속으로 파고드는 작물 뿌리가 지줏대 역할을 해주는 반면 태양광설치물 지지대는 흙을 고정시킬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0년 전 식량확보를 목적으로 김일성 뜻에 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홍수피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의 뙈기밭(다락밭)을 예로 들었다.


원 변호사는 "대부분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는 텃밭 개념의 '뙈기밭'은 1976년 김일성 지시로 산등성 개간을 통해 조성되면서 갈수록 규모가 커졌으나 환경이 파괴되고 홍수와 산사태가 빈번해지는 원인이라고 지목되면서 문제시 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교수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4대강 보와 폭우피해를 둘러싼 정치권 갑론을박에 대해 "섬진강 범람은 둑이 무너진 게 아니라 제방관리를 제대로 못해 발생한 제방붕괴가 (원인)"라며 "영역을 뺏기지 않으려는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한수원의 기관 간의 이기주의 때문에 댐을 만들어놓고도 제 역할을 못하고 피해를 입은 안타까운 문제"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특히 '보를 만들어 물의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에 낙동강 둑이 터졌다'는 주장과 관련해 "공간이 부족해서 홍수 피해를 낳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면서 "지형적으로 하천 제방 관리가 주원인이고 부차적으로는 합천보로 하천 수위에 상승을 일으켜서 제방 붕괴에 일정 부분 일조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홍수 피해는 하천 공간의 단면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월류가 발생해서 많이 발생했다"며 보 철거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 "현재 4대강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보는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유지 관리 비용이 더 든다. 보는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산비탈 태양광 시설 때문에 홍수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고랭지 채소밭 상황을 보면 나무를 베어내고 했으니까 흙탕물이 많이 나오는 건 맞는데 거기에서 큰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보지 못했다"면서 "급경사 지역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다면 상대적으로 산사태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저지대나 경사가 약한 공간이라면 산사태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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