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정운찬이 쏘아올린 희망의 베이스볼
서문영 기자
issue@siminilbo.co.kr | 2020-12-08 23:25:45
지난 5월 5일 코로나19로 인해 멈춘 프로스포츠 가운데 한국 야구 개막에 쏠린 관심은 그야말로 세계적이었다. 사상 최초의 무관중 개막 속에서 외신은 프로야구 개막을 가능하게 만든 한국의 시스템을 주목했다.
경기장 입장부터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선수단을 비롯한 KBO 리그 관계자들은 프로야구 리그 중 코로나19 일별 온라인 자가 점검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한 만반의 대응책으로 호평 받았다.
당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 기념 메시지를 통해 "온 국민의 슬기로운 대처 덕분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가 되었고 예전의 일정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프로야구를 개막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답답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야구 팬 여러분께 TV를 통해서라도 멋진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운찬 총재는 "세계 야구팬들의 부러움과 관심을 받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잘 이행된 코로나19 방역에 프로야구가 혹시라도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각 구단은 만전을 기할 것이고 선수들의 건강상태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와 함께 한국의 프로야구도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훌륭한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리그 사무국과 10개 구단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운찬 총재가 주도한 ESPN과 KBO의 중계권 계약 후 세계 최고의 야구왕국인 미국에서 ‘배트플립’을 비롯해 빠른 호흡의 경기 진행과 NC다이노스와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이너팀 더럼불스의 브로맨스 등 다양한 인터넷 밈을 양산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각종 난제 속에서 정부 고위층을 찾아가 야구팬의 경기장 관람 기회를 적극 설득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지며, 코로나19 판데믹 시대에서 프로야구 리그의 의미있는 결실를 위해 마지막 경기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정운찬 총재는 KBO리그 개막전 기념 메시지 말미에 "야구는 지구촌이 아픔을 당할 때마다 위로가 되어 왔다. 9·11 테러,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일본 대지진 등 야구는 언제나 팬들의 곁에서 슬픔을 위로하고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가 코로나19의 공포와 충격에 빠져 있는 2020년, 야구는 다시 한 번 희망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강습을 곧 이겨내고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찬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신나게 경기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0년을 끝으로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정운찬 총재는 지난해 스포츠업계 역사상 최고 금액의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야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심판 개혁안을 비롯해 FA 제도 개선, 샐러리캡 도입, 도핑 제재 강화 등의 그간 비판 받아온 부분에 대해 굵직한 개혁의 행보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 위기 속 전세계 프로스포츠 리그 중 유일하게 일정을 모두 소화한 KBO.
국무총리 출신 야구광 정운찬 총재의 의지가 남긴 ‘유종의 미’는 차후 KBO가 걸어갈 미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 KBO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사회문화평론가 지승재 : 뉴스위즈 컨텐츠 디렉터 /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부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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