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하명수사’ 탄핵사유 아닌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0-13 13:07:15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특정인을 수사에 투입할 것을 지시해 불법적인 ‘하명수사’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임은정 검사장에게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한편 전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인 백해룡 경정을 수사에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하명수사는 ‘명백한 직권 남용’으로 법무부 장관을 경유하지 않고는 대통령이 직접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 위반이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조차도 그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을 뿐, 일선 검사나 검사장 등에게 직접 수사지휘를 내릴 수 없다. 하물며 대통령이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단지 격노했다는 이유로 수년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라며 온갖 난리를 쳤다.
그게 탄핵의 사유라면 대통령이 아예 대놓고 수사팀에 “백해룡을 파견하라”고 지시하면서 임은정 지검장에게는 “수사 검사를 추가 요청하라”고 하명한 것이야말로 탄핵 감 아니겠는가.
특히 이 사건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백해룡 경정을 수사에 투입하는 것 자체가 ‘경찰관 본인이 피해자인 때에는 수사 직무의 집행에서 제척된다’는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게 무엇인가.
지난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한 사건과 관련해 백해룡 경정이 인천 세관 공무원 연루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던 중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경찰, 관세청 고위 간부, 특히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다.
그런데 과연 이같은 의혹은 사실일까?
한 전 대표는 13일 SNS를 통해 "저는 마약 수사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다름 아닌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마약 수사 역량을 붕괴시켰을 때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완전 복원) 시행령으로 마약 수사를 되살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이어 "그런데 백해룡 씨는 제가 알지도 못하는 마약 수사를 덮었다고 택도 없는 거짓말을 반복해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백 경정은 한동훈 전 대표로부터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형사고발당했을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당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 경정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외압수사 의혹의 피해자를 자처하지만 진짜 피해자인지, 아니면 단지 피해 호소인에 불과한 것인지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그때까지 만이라도 그를 수사에 투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굳이 그를 ‘콕’ 집어서 수사 투입을 지시한 것을 보면, 어떤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임은정 검사장은 일선 검사로부터 ‘정치 검사’로 낙인찍힌 사람 아닌가.
실제로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임은정 검사장을 향해 “정치만 바라보며 일은 소홀했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마약을 척결해야지 마약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은 그런 연유다.
사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위법하고도 구체적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미 어떤 결론을 내려 놓고 그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라는 무언의 지시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대통령은 직접 수사를 지시해선 안 된다. 이건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반하는 대통령의 ‘하명수사’는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사유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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