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이재명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2-17 13:09:45

  주필 고하승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물론 거짓말이다. 처음 몇 번은 동네의 어른들이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늑대를 쫓아내기 위해 무기를 들고나왔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여러 번 반복했고, 번번이 헛수고로 끝나자 동네 어른들은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이 다급하게 “늑대가 나타났다”라며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그를 도우러 나서지 않았다. 결국, 그의 양은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여러 번 거짓말을 반복하면, 그 사람의 말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 정직하게 말하고, 자신의 말에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어려울 때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도 ‘양치기 소년’이 있다.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사실상 수용했지만, 불과 사흘 뒤인 6일 ‘주 52시간제 예외’ 논의는 아무 이유 없이 중단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추경편성 관련해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추경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라며 자신이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포기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 대표의 발언도 고작 사흘 만에 뒤집혔다. 13일 민주당 정책위가 공개한 35조 원 규모 추경안에는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예산으로 무려 13조 원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이재명 대표를 겨냥 “바로 며칠 전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근로시간과 관련해서 말을 바꾸고, 추경에서 전 국민 현금 살포를 뺐다 넣었다 쇼를 벌인 장본인이 바로 이 대표”라고 질책한 것은 그래서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할 때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대표를 조롱하는 패러디가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과거에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한 발언을 빗대어 "우클릭한다고 하니까 진짜로 우클릭하는 줄 알더라", "한미동맹 강화하자고 하니까 진짜 강화하는 줄 알더라", "정치 보복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진짜 안 하는 줄 알더라", "기본소득 철회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더라"라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선을 선고받은 이유도 거짓말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말하고,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 조정했다”라며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당시 국민적 관심사였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여 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도 거짓말하는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그의 거짓말 증세는 가히 ‘중증’이라고 할만하다. 지금까지는 그 거짓말 잘하는 기술로 승승장구했을지 모르지만, 대통령 선거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거짓말 잘하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걸 알아버린 탓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