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감찰 지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27 13:41:48

  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검사들의 집단 퇴정에 대해 수사와 감찰을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개별 사건, 그것도 본인과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검사들의 집단 퇴정’ 사건이란 무엇인가.


지난 25일 ‘연어 술 파티 사건’으로 이화영 재판에 출석한 검사 4명은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기각하자 기피 신청을 내고 “소송 지휘를 따를 수 없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 밖으로 나간 사건이다.


연어 술 파티 사건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이 전 부지사가 2023년 수원지검 청사 안에서 연어회·소주를 제공 받고, 쌍방울 대북송금과 이 대통령을 엮도록 검찰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이다. 이에 검찰은 이화영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고 다음 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재판의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그 재판에서 검사들이 집단 퇴정한 것이다.


그러면 그날 법정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출정(出廷)을 담당한 교도관과 김현지 질책으로 교체된 설주완 변호사 등 64명에 대해 증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간 내) 국민참여재판을 마치려면 증인 신문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이 중이화영 측이 신청한 교도관 6명만 증인으로 채택하고 나머지 58명은 모두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가 채택한 소수 증인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입증 활동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퇴정했다. 검사들의 집단 퇴정은 공정한 재판 요구하는 최소한의 반발이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고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이화영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7년 8개월형이 확정됐고, 이 대통령도 관련 사건으로 공범으로 기소됐으나 대선 이후 관련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대통령 본인이 공범 혐의가 의심되는 피고인 이화영의 편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법무부 장관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가 가능한 데 하물며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검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법원에서 퇴정한 게 감찰할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검사들이 재판부의 소송 지휘가 부당할 경우 퇴정하지 말라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피고인이나 변호인도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며 퇴정할 수 있듯이 검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성남FC 사건, 론스타 사건 등 과거에도 검사들이 재판부에 항의하며 퇴정한 사례가 있지만, 그로 인해 감찰이나 징계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를 감찰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은 이화영의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 관계인 본인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검사들의 집단 퇴정보다 대장동 항소 포기가 훨씬 심각한 사건 아닌가.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지휘할 수도 없지만, 만약 지휘할 수 있다면 오히려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지시하는 게 맞다.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이 사건의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에 별도 특위를 구성해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즉각 협조해야만 한다.


그래야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는 비아냥거림과 ‘대통령 한 사람을 잘 못 뽑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라는 한탄의 소리가 잦아들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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