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왜 지금 ‘전환의 도시’를 말해야 하는가!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4-09 14:22:28
이탈리아 토리노 고고학박물관(Turin Museum of Antiquities)에 가면 기묘한 조각상 하나에 시선이 끌린다. 앞머리는 숱이 무성해 눈을 가릴 정도이지만, 뒷머리는 매끈한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 조각상이다. 바로 기회의 신 ‘카이로스(Rilievo di Kairos)’이다. 카이로스의 앞뒤가 다른 상반된 머리숱으로 인해, 앞에서 마주칠 때는 누구든 쉽게 카이로스의 머리를 붙잡을 수 있지만, 한 번 지나가면 뒤에서는 결코 카이로스의 머리를 움켜쥘 수 없다. 지금 우리 부천이 마주한 상황이 정확히 이렇다. 2026년 지방선거는 부천이라는 도시가 마주하는 대전환의 시기 속에서,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움켜쥘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고 나면, 우리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매끄러운 민머리만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뒷모습을 배웅하게 될지도 모른다.
행정학도의 눈으로 본 오늘날의 부천은 단순히 ‘관리’만 잘해서 유지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타 지자체로의 청년 인구 유출, 초고령사회의 돌봄 공백, 그리고 거세게 밀려오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고가 동시에 닥쳐오고 있다. 이는 적당한 땜질식 처방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누가 시장이 되어 권력을 잡을 것인가’라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지금 이 타이밍에 부천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 것인가(전환, Transformation)’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부천YMCA가 제안하는 ‘B-전환 7대 정책’은 바로 그 변화의 열쇠다.
다음은 ‘공간과 생태의 전환’이다. 시민의 행복은 거창한 개발 공약이 아니라, 집 문을 열고 나갔을 때 10분 거리에서 만나는 녹지와 벤치에서 결정된다. ‘B-Green 10’과 ‘B-에코뮤지엄’은 부천의 좁은 틈새를 쉼표로 채우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문화 공간으로 숨 쉬게 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기후위기라는 인류 공동의 숙제 앞에서 부천은 에너지 자립과 자원 순환의 선도 모델이 되어야 한다. ‘B-햇빛 프로젝트’와 ‘B-제로웨이스트’는 환경 보호를 넘어, 부천의 새로운 경제적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이 정책들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관 주도의 일방 행정에서 벗어나 시민과 함께하는 ‘협치의 거버넌스(Governance)’, 사고가 터진 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살피는 ‘예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짓기보다 고쳐 쓰는 ‘재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예산의 한계를 핑계로 정책의 후퇴를 정당화하곤 한다. 그러나 재정은 주어진 상수가 아니라 도시의 비전에 따라 새롭게 설계되어야 할 변수다.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디에 우선적인 의지를 실을 것인가라는 철학의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다. 예산은 곧 도시의 가치관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시대적 과제에 행정의 가장 강력한 의지를 투입하고 재원을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민들 갈망하는 책임 있는 지방자치의 모습이자 강력한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6년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부천의 시계가 멈추지 않도록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낚아챌 준비가 되었는가? 우리가 제안한 7대 정책은 단순한 공약 모음집이 아니다. 부천이 ‘쇠락하는 도시’에서 ‘전환하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지금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결단’의 예술이다. 부천의 카이로스는 지금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선거가 부천의 미래를 향한 찬란한 ‘결정적 순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 대전환의 길에 후보자들의 진정성 있는 응답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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