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별개범죄··· 다시 처벌 가능"
'이중기소' 공소기각 원심 파기
이대우 기자
nice@siminilbo.co.kr | 2025-11-24 16:06:07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특정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표현을 바꾼 유사한 현수막을 게시해 또다시 기소된 경우 별개 범죄로 다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 대해 이중 기소라며 검찰 공소를 기각한 1,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7년 12월∼2018년 1월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건 혐의(명예훼손, 옥외광고물법 위반)로 기소돼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김씨는 해당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8년 4월∼2019년 6월 유사한 내용의 현수막을 재차 게시해 2019년 11월 또다시 기소됐다.
하지만 2021년 8월 1심은 이 사건과 선행 사건의 공소사실을 포괄일죄로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선행 사건 1심 선고는 2020년 8월에 있었는데, 검사가 이 사건 기소일인 2019년 11월 별도 기소할 게 아니라 앞선 재판 중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야 했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선행 사건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2번째 기소는 '이중 기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사 범행이 장기간 계속된 경우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판단할 때는 "개별 범행의 방법과 태양(행태·양상),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범행 전인 2018년 3월 내려진 가처분 결정으로 김씨에게 범의의 갱신, 즉 새로운 범행의도 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의 가처분 신청에 따라 법원은 당시 김씨에게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명령했고, 김씨에게는 2018년 4월 가처분 결정이 고지됐다.
이에 김씨는 앞선 현수막을 철거하고 표현이 살짝 수정된 새로운 현수막을 게시했는데, 이 사건 범행은 이렇게 이뤄진 별개 범행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가처분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선행 현수막을 수거함으로써 범행이 일시나마 중단됐다"며 "가처분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행 현수막의 표현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이 사건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 2심 판단에는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1심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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