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는 萬事

편집국장 고하승

시민일보

| 2002-07-04 18:38:48

{ILINK:1} 괴여만리장성(壞汝萬里長城)은 ‘자기 스스로 자기의 만리장성과 같은 존재를 허물어 없앤다’는 뜻이다. 이는 즉 유능한 부하를 모함 때문에 버리는 지휘관의 어처구니없는 처사를 통탄할 때 쓰는 말이다.

송서(宋書) 단도제전(檀道濟傳)에 보면, 북쪽 위나라와 남쪽 송나라가 서로 대치하고 있을 때에 ‘단도제’라는 인물이 송나라에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단도제는 위나라가 두려워할 만큼 용맹과 위세가 당당한 인물로 임금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 곁에는 항시 그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은 법이다. 단도제 역시 많은 사람들의 시샘을 받았고 그로 인해 항시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송나라가 위나라로부터 침공을 당하지 않도록 군사들을 독려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군사들도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그가 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그를 진실로 믿고 따르는 사람은 비록 그 수가 적어도 일당백의 용사들이었다. 위나라는 그런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단도제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 단도제가 무서워 감히 송나라를 침공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단도제를 시샘하던 무리들의 모함에 넘어가 임금은 어리석게도 그를 법관에 넘겨 사형시키고 말았다.

당시 사형장에서 그가 두건을 벗어 던지며 한말이 바로 “너의 만리장성을 스스로 허문단 말이냐”였다.

위나라는 단도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제가 죽었으니 이제 나머지 사람들은 두려울 것이 없다”며 당장 송나라를 침공해 왔다. 그 뒤로도 해마다 송나라에서 재물을 약탈해 갔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평안감사로 있던 박엽을 인조가 어리석게도 간신배들의 말을 듣고 죽이고 말았는데 그 때에 ‘괴여만리장성’이라며 그의 죽음을 슬퍼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박엽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청나라가 감히 압록강을 건너오지 못했는데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청나라 군사가 자주 압록강을 넘어 재물을 약탈하거나 인명을 살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3대 민선 단체장 취임 이후,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주위의 시샘과 모함으로 인해 고립되는 현상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옥석을 가리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옥석을 가리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만도 아닐 것이다. 듣는 귀를 넓게 열어 놓으면 된다. 아니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는 말에 어떤 흑심이 없는지 그 유무를 파악하면 모함인지 진실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체장들이 만리장성을 허무는 어리석고 통탄할 일을 저지르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인사는 만사’라 하지 않았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