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變夕改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3-01-08 19:30:40
{ILINK:1} 행정은 신뢰가 우선이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는 아파트 재산세와 관련, 현행과표기준을 유지키로 한 결정을 갑작스럽게 철회하고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가산율 인상안을 다시 채택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전개, 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강남구는 지난 6일 지방세과표심의위원회를 열어 3단계로 나뉜 현행 재산세 가산율 기준 대신 5단계로 나눠 4∼30%의 가산율을 적용하는 행자부 인상안을 채택, 재결정 고시했다.
불과 일주일전만해도 강남구는 아파트 기준시가에 따라 3단계로 나눠 2∼10%의 가산율을 적용하는 현행 과표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짜로 고시까지 했었다.
그래놓고도 하루아침에 자신들이 발표한 고시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71%가 가산율 인상안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강남구는 현행과표기준을 그대로 유지결정키로 했다면서 그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는 구랍 28일부터 나흘간 주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자 1096명 중 49%가 현행 유지를 주장한 반면, 인상안 적용을 찬성한 경우는 36%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뒤집혔다면 그런 여론조사와 그 내용을 발표한 구청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강남구가 이처럼 행정에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이제 서초구와 송파구만 난처하게 됐다.
행정에 일관성이 없기는 행정자치부도 마찬가지다. 행자부는 구랍 20일 국세청 기준시가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과표 가산율을 5단계로 나눠 현재 2∼10%에서 4∼30%로 최고 3배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2003년도 건물과표 조정기준’을 확정, 시도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송파구 등 서울시 자치구에서 반발하자 행자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 “재산세 인상으로는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원래 행자부의 입장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강남구가 ‘오락가락’하는 틈을 타 재빨리 다른 자치구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행자부는 이미 지침을 시달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식의 신뢰가 무너진 행정은 더 이상 행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강남구는 어떤 변명을 하든 행정의 일관성을 잃고 주민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다른 자치구에서는 이를 거울삼아 정책을 결정할 때는 신중하게, 그리고 일단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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