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치국가
부천남부경찰서 경위 최일수
시민일보
| 2003-02-25 17:45:22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배우게 되니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치국가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권력분립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문에서 기회균등과 자유의 보장을 규정하고 기본권의 불가침성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법 앞에서의 평등을 규정한 제11조, 인신의 자유와 적법절차를 규정한 제12조 등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나는 3년차에 접어드는 초보경찰관이다.
현재는 파출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많은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학교에서 배웠던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말에 점점 의심을 품게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국어사전에서 ‘법치국가’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국민의 의사에 따라 만든 법률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라고 돼 있다.
간단히 말하면 법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법치국가라는 말을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 있다.
예를 들면 흔히들 여경들에게 교통단속을 당한 운전자들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다. ‘여자경찰관들은 융통성이 없어서 곧이곧대로 한다. 깐깐하다. 고지식하다. 인정사정없다.’ 등등 …
하지만 나는 여성경찰관들의 융통성 없음에 적극 찬성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하는 것은 경찰관이지만 경찰관은 법률의 수족에 불과한 도구일 뿐 단속의 주인은 아니다. 그것이 본래의 ‘법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관에게 법적용의 융통성을 요구하는 것은 경찰관에게 월권행위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21세기인 지금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을수령이 다스리던 봉건사회를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법률은 법률이다.
법률에 따라 법률이 시키는 대로 집행하는 것이 근대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법률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법률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정부기관 특히 경찰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반세기가 지난 일이다.
사람들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불법은 철저한 법치주의를 주장하며 자신의 불법에 대해서는 덕치주의 내지 온정주의를 주장하거나 관용을 바란다. 이제 이 같은 구태에서 하루 빨리 벋어나 진정한 법치주의를 세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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