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街 ‘세대교체 바람’촉각
정 인사보좌관 “서열만이 인사원칙 아니다”
시민일보
| 2003-03-04 19:57:10
공직사회는 지난 3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정통관료 출신들이 대거 승진·발탁되자 공직사회에 세대교체와 물갈이 바람이 거세게 부는것 아니냐며 1급 이하 향후 인사의 방향에 촉각을 세웠다.
4일 각 부처에 따르면 법무부와 경찰청, 국세청 등 개혁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됐던 부처와 조직의 경우 이번 인사에서 ‘서열·기수 파괴’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 개혁바람을 타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공직사회의 주력군인 행정고시 출신들이 이번 인사에서 10회부터 24회까지 두루 포진하게 되면서 각 부처 1급 이하 인사에서 대대적인 승진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해서는 반색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공직사회는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이 차관급 인선내용을 설명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특징은 서열만이 인사원칙이 아니다”고 설명하자 향후 인사에서 업무능력 등을 감안해 파격 발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총리실은 유일한 차관급인 총리비서실장에 `기대와는 달리’ 외부인사인 탁병오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임명돼 오히려 내부승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내 `최고참 1급’으로 꼽히고 있는 김덕봉 총리공보수석을 비롯한 각 수석들에 대한 향후 인사방향에 관심이 집중돼있는 상태.
특히 수석들의 경우 임기가 보장된 1급이기는 하나 사실상 정무직에 가까워 고건 총리의 결심에 따라선 옷을 바꿔 입어야 할 처지다.
여기에 각부처 1급 이상 고위직은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자 총리실내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반면 국무조정실은 숙원사업인 차관급 2개 자리 신설 방안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상황이어서 고참간부들의 연쇄승진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차관급 신설 조항을 명문화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 심의가 미뤄지고 있어 대통령령으로도 신설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차관급 신설에 대한 고 총리의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다.
재경부는 행시 14회인 김광림 특허청장이 차관에 임명되면서 김 차관의 동기와 선배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져 1급 가운데 상당수가 관직을 떠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행시 16, 17회에서 차관이 임명될 경우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던 당초 우려가 해소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최근 인터뷰에서 “기수를 전혀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 향후 인사에선 서열에 따른 연쇄 승진인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도 변양균 기획실장이 차관에 임명되고 김경섭 행정개혁실장이 조달청장으로 승진하는 등 본부 1급 간부 3명중 2명이 승진하자 국·과장급의 연쇄적인 승진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 차관이 현 명노승 차관보다 사시 4기수 후배라는 점에서 금주중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및 법무부내 검사장급 4개자리에 개혁성을 갖춘 인사가 발탁되는 등 세대교체 바람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도 지난 91년 이후 12년만에 외부인사인 이용섭 관세청장이 신임청장 후보로 지명된 가운데 이 청장 후보가 행시 14회 출신이어서 국세청의 1급과 2급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12회와 13회 출신은 물론 정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고참 국장들 상당수가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역시 젊고 개혁적인 인사로 평가받아온 최기문 경찰대학장(행시 18회)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임명되면서 최 후보자와 경합을 벌였던 간부 3명이 용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 취임후 단행될 치안정감과 치안감, 경무관 등 경찰 고위간부 승진·전보 인사가 경찰개혁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무성한 상태다.
외교부는 김재섭 주 인도네시아대사가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빗나가자 다소 의외라는 표정.
이에 따라 `4강 대사’ 교체를 포함한 후속인사에선 세대교체 인사원칙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도 조건식 신임 차관이 52년생으로 `젊은 컬러’라는 점에서 1·2급 고위직에 대한 후속인사가 대대적으로 단행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참여정부’ 첫 조각의 대표적인 파격인선이었던 행정자치부는 부처내 내부 인사 3명이 행자부차관,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여성부차관에 발탁되자 잔칫집 분위기.
이에 따라 향후 있을 1급 이상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요인이 발생해 내부 연쇄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허성관 장관에 이어 최낙정 차관까지 모두 경남 출신이어서 후임 차관보와 기획실장 인사에선 지역안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편 국민의 정부 이후 지금까지 차관급 인사에서 내부승진이 전혀 없었던 환경부는 기술고시 출신인 곽결호 기획관리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하자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서정익 기자ik11@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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