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태부족 충원 급선무
전담제 시행 17년째 ‘사회복지행정’ 점검
시민일보
| 2003-05-13 18:41:05
복지사 효율 배치 총괄기구 필요
“지병으로, 업무과로로 사망하는 동료가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지요...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척박한 사회복지 현장을 함께 지킨 순직자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과로로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애도하는 글이 ‘전국 사회복지행정연구원’ 홈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용산구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인 김상우 복지사는 “지난 87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제 시행 이후 6명이나 되는 동료들이 과로 등으로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담 공무원의 근무여건 부실로 인한 피해는 또한 경로연금 미집행 등 복지수혜자에게로 고수라니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점 = 중구 황학동사무소 김화영 복지사는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이후 전담 공무원 수(7200명)는 98년에 비해 2.5배 가량 증가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수급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이 훨씬 복잡해져 오히려 업무는 가중됐다”고 밝혔다.
김 복지사는 또 “현재 전담 공무원은 수급자 관리 업무 이외에도 모·부자가정, 장애인, 노인 등 과외업무까지 맡고 있어 추가 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이 점을 감안해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뿐 아니라 차상위 계층까지 교육, 의료, 자활 급여 등을 확대적용하고, 빈민층 집중지역과 ‘쪽방’ 거주 소외계층 등에 대한 다양한 자활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전담공무원을 현재 수준보다 두 배 가량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 지난해 시험에 합격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88명이 여전히 미발령 대기 상태며, 올 전담 공무원 채용은 동결되거나 소규모로 이루어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업무 과중 현상은 비단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강남구의회 유만희 의원(수서동)은 “비탄력적인 인력 배치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 압구정2동은 수급자가 5세대임에도 1명의 전담 공무원이 배치돼 있는 반면 16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수서동의 경우 담당 공무원 1명당 200세대 이상의 수급자를 담당하고 있는 등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용산구 남영동 250여세대, 중구 중림동·회현동 등 200세대 이상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기준 전담 공무원 1인당 담당 수급 세대수는 최소 3명에서 많게는 630명까지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히 97세대 당 1명의 공무원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정부의 배정기준과도 크게 동떨어진 수치다.
한편 이같은 문제들로 인한 폐해는 담당공무원의 업무과중과 과로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귀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강남구 수서동사무소 윤정혜 팀장은 “전담 공무원의 업무 과중은 무엇보다도 복지수혜자를 위한 자활계획 수립 등 적극적인 복지서비스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또 “전담 공무원이 과중한 사무업무에 치여 사기저하에 빠지거나 창발성을 잃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경로연금 대상자를 소극적으로 선정함으로써 예산 미집행액이 2000년 148억원, 2001년 152억원, 2002년 40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안책 = 보건복지부 강민규 사무관은 13일 “현재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인력 수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오는 7∼8월 이후에는 대략적인 운영방안이 수립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 사무관은 또 “현재 추진 중인 시군구의 사회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복지사무소 설치를 통해 인력배치 문제나 전담공무원의 행정업무 분담 등의 폐해를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이용교 교수는 “전담공무원 확충이 시급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인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반직이나 기능직 공무원 중 자원자를 일부 전담 공무원으로 전환해 왔던 방식은 복지행정 구현에 있어 올바르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현재 전국 시도 등의 본청에는 사회복지사 출신이 아닌 행정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담당해 많은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며 “전달체계의 중간관리자를 사회복지사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최은택 기자 volk1917@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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