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임금님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3-05-19 18:18:11
{ILINK:1}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개구리들은 냇가에서 평화롭게 헤엄을 치다가, 냇물 밖에 나와서 놀고 있었다. 그때 여우가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개골 개골! 누가 이리로 오고 있어!”
놀란 개구리들이 얼른 냇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왜? 우리는 매일 쫓기기만 하는 거야!”
“우리 하나님께 우리를 지켜 줄 강한 임금님을 보내 달라고 하자!”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야! 우리 그렇게 하자!”
그래서 개구리들은 하나님께 강한 임금님을 보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때 개구리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학이 다가왔다. 학이 가까이 오자, 개구리들은 일제히 인사를 하며 반겼다.
“임금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들의 임금님이 되어 주셔서 저희들을 지켜 주세요.”
“너희들이 원한다면, 내가 너희들의 임금님이 되어 주마!”
개구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자기들은 안심하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학은 개구리들의 임금님이 되어, 낮에는 개구리들을 지켜 주었으나 밤에는 몰래 개구리들을 한 마리씩 잡아먹었다.
지난 18일 열린 제23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앞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행사장 진입을 저지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노 대통령은 당초 오전 11시 행사장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한총련의 기습시위로 11시18분께야 정문이 아닌 후문 `역사의 문’을 통해서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한총련은 당초 ‘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약속을 어겼다.
이로 인해 대통령 경호, 의전, 일정 등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으며, 특히 지역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는 시위 여파로 인해 시작시간이 1시간 뒤로 늦춰진데다 참석 예정인원(70명)의 절반 가량인 40여명만이 참석하는 등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존재였다. 박정희 군사쿠데타 정권이후 신군부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존재는 ‘권위’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 이르러서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노 대통령에게 너무 권위가 없다고 말한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사실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의 손으로 선택한 대통령이니 만큼 우리가 그 권위를 만들어 주는 것이 타당하다. 대통령의 권위를 하찮게 여기는 자라면, 분명 자신의 주권이 귀하다는 것을 모르는 자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보수층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한총련 합법화 문제를 좋게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본적인 권위조차 무시하는 한총련이라면 재고해 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학을 임금으로 모시는 어리석은 개구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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