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장의 거부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3-06-01 16:32:06

{ILINK:1} 우리나라 헌법은 3권분립 하의 대통령 중심제로서 국회의 독주와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주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장도 지방의회 의결사항에 대해 ‘재의요구’라는 이름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거부권은 어디까지나 그 이유가 타당하고 의회의 독주와 횡포를 견제하는 수단이어야한다.

그러나 현재 중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동일 구청장의 ‘재의요구안’은 아무래도 미심쩍다.

중구의회는 지난 103회 임시회에서 ‘당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한다. 단 한 사람의 의원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각 동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거나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 공동체 형성에 당적(黨籍)은 방해가 될 뿐이다.

지금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당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들의 당 공천은 반대하면서 자치위원회의 당적은 무방하다는 주장은 모순(矛盾)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다른 3개의 자치구에서도 주민자치위원장의 당적배제를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는 데 유독 중구만 이를 형평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김 청장은 ‘국민의 기본권과 누구든지 정당에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과 정당법의 취지에 비추어 과다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기우일 뿐이다.


누구든지 정당에 당원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가령 언론인이 당원이 되려면 당적을 포기하는 것이 언론인의 기본적인 윤리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등에 대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언론인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선거법에서 주민자치위원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구의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당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한다’는 조례를 의결했을 것이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낌새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구청장의 재의요구안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장과 그 의원들 사이에 혹시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

가뜩이나 지방의원 자질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발 그런 거래는 없었기를 바란다.
goh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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