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이 주는 가슴 벅찬 감동

화제의 영화-베른의 기적

시민일보

| 2004-09-13 18:04:26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은 ‘대∼한민국’이란 함성아래 우리나라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강팀을 차례로 꺾고 거둔 ‘4강 신화’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독일인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가슴벅찬 기억이 있다.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가 출전했던 지난 1954년 스위스 베른 월드컵.

이 대회에서 독일팀은 결승전에서 당시 최강의 헝가리팀을 맞아 전반까지 2대0으로 지고 있던 불리한 상황에서 후반들어 3골을 몰아넣는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했다.
기적과도 같은 이 승리는 2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른 집단적인 상실감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에게 열패감을 떨치고 삶의 희망을 갖게 했으며,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내는 촉매제가 됐다.

독일영화 ‘베른의 기적’(예맥필름 수입·무비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은 베른 월드컵을 배경으로 전쟁이 남긴 상처로 갈등을 겪던 가족이 이해와 용서, 화해를 이루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그린 휴먼 드라마다.
영화는 베른 월드컵 개최 이후 50년만인 지난 2003년 제작됐다. 영화는 통일이후 사회적 갈등에 시달려온 독일인들에게 다시 한번 그 때의 감동을 떠올리게 하면서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 지난 2003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관객상, 2004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관객상, 2004년 독일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7월15일~24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미리 선보기도 했다.

지난 1954년 독일의 어느 탄광촌. 아버지없이 자라던 열세살 소년 마테스는 같은 마을 출신 축구선수 란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란 역시 자신을 응원해주는 마테스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여기며 아낀다. 그러던 어느날 11년 넘게 러시아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던 아버지가 자유의 몸이 돼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힘겨운 포로생활로 심신이 피폐해진 아버지는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던 가족들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구속하려고 들면서 불화를 일으킨다.
아버지와의 갈등속에서도 동네아이들과 골목축구를 하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던 마테스는 베른 월드컵 독일대표팀에 발탁된 란을 배웅해주면서 승리를 기원한다.

드디어 개막된 월드컵. 마을사람들은 마테스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TV앞에 모여 독일팀을 응원하고, 독일팀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파란속에 마침내 결승전에 진출한다. 이런 가운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과 마찰하던 마테스의 아버지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마을교회 신부의 조언으로 어렵고 힘든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가족에게 털어놓으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고 가족과 화해의 손을 맞잡은 마테스의 아버지는 결승전이 열리기 전날밤 신부의 차를 빌려 막내 아들 마테스를 데리고 월드컵 개최지 베른으로 향한다.

아름답게 펼쳐진 알프스의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스위스를 향해 차를 몰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드러내준다.
이 영화는 축구소재 영화답게 화젯거리도 풍부하다.
극중에서 아들 마테스로 나오는 아역배우 루이스 클람로스와 아버지로 출연하는 피터 로메이어는 실제 부자지간.
또 마테스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축구선수 란으로 나오는 사스카 고펠은 실제 축구선수였으나 고등학교 졸업 후 선수생활을 중단하고 연기학원을 거쳐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속 축구경기 장면을 실제 축구 경기와 비슷하게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리기 위해 1500여명의 지원자들 중에서 축구가 가능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영화촬영 2년전에 허물어진 베른 축구경기장은 정교한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복원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쇤케 볼트만(45) 감독 자신이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독일청소년 축구팀의 최우수 선수로 축구계의 기대주였던 인물이다.

고등학교 졸업후 뮌헨의 영화학교와 런던의 로열예술대학에서 영화공부를 하며 영화감각을 익혔다. 특히 독일 유명연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영화 ‘데어 베베그테 만’으로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독일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주연상을 휩쓸며 독일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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