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최 선 길(도봉구청장)

시민일보

| 2006-09-24 19:50:57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주관은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성취하는 과정에 있다거나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도 한다.

나는 행복에 대하여 시간 개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본다. 행복은 기간 개념이 아니고 시점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00년은 행복했다”가 아니고 “무엇을 할 때 그 시점에 행복했다”고 봐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 정상에 올라 깊은 숨을 몰아 쉴 때, 사랑하는 여인과 처음으로 포옹했을 때, 직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일계급 승진한 순간 등은 한없이 행복하다.

따라서 이와 같이 행복한 순간, 행복할 때를 나는 행복의 편린이나 행복의 파편으로 이름 짓는다. 그러므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의 편린이나 파편을 많이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행복의 편린을 많이 주워 모을 수 있을까?

먼저 의미 있는 취미생활을 해야 한다. 취미는 인생을 윤택하게 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또한 취미는 인간의 마음에 여유를 주며 어느 한 가지에 외곬으로 매달리지 않게 한다. 그것은 ‘행복에의 길은 여러 갈래’라는 새로운 생각을 제시해준다.

취미는 인생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취미를 가진 자는 일도 잘하며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한다. 취미는 자아실현과 관계가 깊은 것이나 건전한 가치관에 따르는 것이면 더욱 좋다. 사회봉사나 종교나 생활체육이 취미인 사람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살게 된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취미생활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취미는 일정한 기간 동안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아침에 취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등산을 취미로 가지려면 적어도 몇 년 이상 계속 해야만 하고, 몸에 인이 박혀 등산을 하지 않으면 왠지 몸이 뻑뻑하고 등산이 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 되어야 한다. 취미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해야지 남이 권해서 될 일이 아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이고 계속 교회에 나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온 몸에 열이 나면서 성령이 와 닿는다고 간증하고 있지 않는가?


두 번째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멍한 ‘킬링타임’을 없애야 한다. 그럴 때는 차라리 잠을 자는 것이 낫다. 그때 그 시간에는 자신이 하는 그 일에 몰두해야 한다. 어떤 일에 몰입하면 잡념이 없어지며, 그 순간 행복한 것이다. 일에 전념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일뿐만이 아니다. 어떤 모임에 가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남들이 신나게 놀 때 혼자 재미없어 지겨워하는 사람은 그 순간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의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젊은 때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10년만 더 젊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지금을 10년 후에는 그래도 그때가 젊었었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 젊은 때이며 인생의 황금시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마음이 들 것이다.

세 번째로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양심적인 동물이라 타인의 행복을 침해했을 때는 마음이 아프고 자신의 행복감이 감퇴된다. 내가 남에게 행복을 베풀면 나의 행복감이 배가 된다. 나는 이를 행복감의 상대성이라 이름 짓는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 나 사랑해?”하고 자주 묻는 것은 행복감의 상대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나 사회복지사는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행복감의 상대성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하고 결혼하기 잘한 것 같아요”, “당신과 결혼해서 행복해요”하고 말할 때에 남편이 얼마나 기분 좋고 어깨가 으쓱하겠는가?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큰일을 못하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경험한다.

나이가 지긋해지면 부부간에 금슬 좋은 것 이상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부부간에는 행복감의 상대성을 확인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인생을 건 상대를 불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야 한다. 상대의 행복추구권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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