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와 전작권에 대하여

정 몽 준(무소속 의원)

시민일보

| 2006-09-25 20:37:30

{ILINK:1} 지금 한미간에 중요한 이슈는 FTA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이다. FTA가 체결될 경우 큰 피해를 보게 될 농민들에게 정부가 어떤 보상대책을 세울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지만 보다 큰 문제는 FTA 협상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민의 분열상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경우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두 가지의 기준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우선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느냐 하는 점이다. 또 하나는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한미동맹이 더 튼튼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한다면 추진해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FTA에 대한 시중의 오해는 FTA가 세계의 자유무역 체제, 즉 WTO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콜럼비아대의 바크와티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FTA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 원칙인 최혜국대우 원칙(MFN-Most Favored Nation)을 훼손하면서 FTA를 맺지 않은 나라에 대해 각종 차별적 대우를 함으로써 WTO의 존립기반을 위협한다.

미국에게 있어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한국과의 FTA 체결은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한미 FTA 협상은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쌀과 의료, 교육 등 민감한 분야를 제외한다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금융, 법률 등 서비스 산업을 차세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려는 구상이 깔려있다. 문제는 과연 이들 분야에서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부시 미국 행정부는 한미FTA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데 한반도의 안보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치 관대하거나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우리에게 있어서 FTA가 10조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한미동맹은 1,000조의 안전보장을 가져다 줄텐데 미국은 그렇다 치고 우리까지 안보문제에 무감각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미 행정부 내에서 작전통제권 이양에 적극적인 쪽은 국방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군사부문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했던 미국으로서는 불요불급한 곳에서는 발을 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자주’를 위해 작전통제권을 되찾아온다는 정부의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만 선거를 하는 나라가 아니고 미국이야말로 국내여론에 민감한 선거 중심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비난 여론에 직면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게 됐다”며 작전통제권 이양을 국내정치에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도 여전히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절대 미군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단순히 순진한 생각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사정을 알면서도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려 철수를 유도하려는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게 있어서 안보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는 상황변화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당장 2007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80대를 추가로 판매키로 하는 등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에 위협이 된다면 한국에는 어떻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당초 작전통제권 환수의 명분을 ‘자주’ 때문이라고 주장하다 지금은 ‘미국의 입장’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우리 사회에 이른바 ‘보수’ ‘진보’를 둘러싼 논란이 많은데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반면 잘 모르는 분야는 진보적이라는 점이다. 작전통제권 같은 안보문제에 대해 전직 국방장관 등 전문가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비전문가들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절반이 걱정하는 문제를 지지도가 20% 수준인 정권이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안보야말로 국민이 당사자이자 잠재적 피해자인데 당사자의 ‘걱정’ 을 무시한 채 국외자들이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강행하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가 ‘반미친북’이라는 시선을 의식해서 한미FTA를 적극 추진하고, ‘자주’라는 말의 정치적 이익을 감안해서 작전통제권 문제를 다루는 한편으로 미국은 미국대로 국내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들 사안을 추진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흐름을 모른 채 국내 정치의 손익 계산에 바쁜 우리 정부도 걱정이지만 만일 미국도 동맹의 가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선거만 의식한다면 그야말로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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