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은 귀국하라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
시민일보
| 2006-09-26 20:48:31
{ILINK:1} 이라크에 다녀왔다. 이라크 실태조사단(단장:임종인의원, 배일도의원, 고진화의원, 이영순의원)의 일원으로 4박 6일 일정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서울에서 두바이까지 10시간, 두바이에서 쿠웨이트까지 3시간, 쿠웨이트 다이만 공군부대에서 공군 수송기를 타고 2시간을 가서야 우리는 자이툰 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르빌 공항에 내리기 30분전부터는 공포의 전술비행으로 속을 뒤집어 놓았다. 급전직하와 좌우 요동을 반복하며 일행의 얼굴색을 파랗게 질리게 했다. 바그다드와 달리 전흔이 없는 평화지역 아르빌이지만 만일의 사태(지대공 공격의 테러)를 피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했다.
자이툰 부대 민사작전(대민봉사활동)은 에이 플러스 학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을 곳곳에 자이툰의 공적은 찬란하게 빛났다. 자이툰은 학교를 지어주고 쿠르드 문맹퇴치에 앞장섰고 태권도를 가르쳐 쿠르드인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다. 쿠르드 어린이들은 한국말로 태권도 동작에 사뭇 진지하게 열중했다. 태권도 복을 입은 아이들은 머리에 태극 문양을 하고 한국인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애정표현을 했다.
자이툰 부대의 활동으로 쓰레기 더미의 마을 입구는 말끔하게 단장되었고 수 십년간 대립했던 마을 사람들은 자이툰 운동회에 참여해 화해하고 있었다. 자이툰 부대 영내에 위치한 병원에서는 병들고 굶주린 쿠르드인들에게 파견된 간호장교들의 극진한 의료활동으로 아르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자이툰 사단장은 이러한 활동을 실제 ‘새마을 운동’이라 했다. 쿠르드인들에게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이툰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나는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원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새마을 운동의 성과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가 새마을 운동을 하기 위해 그 극심한 ‘파병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라크 자이툰 파병을 결정했던 정책단위(정부와 국회)는 파병 목적에 자이툰이 부합하는 가를 이제 차분히 되돌아하며 올해 말로 예상되는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또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에 실태 조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가감없이 기술하기로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이 내걸었던 전쟁 명분이 허위로 밝혀졌다. 부시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사담후세인이 은닉해 놓았던 대량 살상무기는 단 한정도 발견되지 않았다. 석유를 탐한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이었다. 사담 후세인 집권시 혼란상을 바로 잡겠다던 미국의 호언장담은 무색하게 되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종전(2004년 5월)을 선언하고 신(新)정부를 구성했지만 종전 후 아니 신정부 구성 후 더 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있다. 자이툰 사단의 정보보고에 의하면 2005년도 월평균 테러 발생건수는2230건이었다. 2006년도 2월 총선 발표 후 2372건이던 테러 발생은 2006년 8월에 들어 3736건으로 테러가 급증했다.
전쟁지역에서는 군부대의 기상나팔과 취침나팔은 없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아르빌은 이라크가 아니었다. 마치 이라크와 멀리 떨어진 뉴질랜드같이 아르빌은 바그다드와 다른 나라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 정부의 논리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 주동적으로 참여해 경제적 실리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요청에 불응하면 괘씸죄로 막대한 국익의 손상이 예상된다고 강변했다. 파병을 했으니 그러한 이프(IF)에 의한 역사적 상상은 접자. 그러나 파병을 했으니 우리는 어떠한 실리를 확보했는가는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르빌에 거주하는(정확이 자이툰 영내) 주민들은 자이툰에 분노했다. 평화로운 아르빌이라면서 자이툰 부대 밖으로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통제에 대한 분노였다. 아르빌은 1년전에 비해 도시가 30% 정도 팽창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공항을 짓고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 ‘아르빌은 공사중’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경제적 부분에서는 터키가 실리를 챙기고 있었다. 이라크에 파병했어도 우리는 이라크 재건사업에 동참은커녕 남의 떡만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파병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전후 재건에도 참여하지 못해 어떠한 국익도 경제적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이라크 파병은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는 자존심 상한 들러리 파병일 뿐이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말이다. 연말 정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은 제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미국의 눈치 때문에 또다시 국회로 연장 동의안이 날아오면 국회는 이를 부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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