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은 퍼주어도 되나
전대열
시민일보
| 2006-09-28 19:56:43
{ILINK:1}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케케묵은 속담이 있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결국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뇌물을 받아 감옥을 가고 부정을 저질러 망신살이 뻗친다. 오죽하면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공짜 같지만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공짜를 사람들은 진짜 ‘공짜’로 착각하고 덜컥 받았다가 곧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리도 안 내고 말썽도 부리지 않으면서 합법적으로 ‘공짜’를 먹는 기관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발표로 드러나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혈세를 바쳐온 국민들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으니 봉이 따로 없다. 이것은 국민 알기를 핫바지 저고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부도가 나게 생겼을 때 이를 구원하는 국가의 긴급조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나 은행은 그것만으로도 불명예에 속한다. 따라서 불명예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 회사를 기사회생시킬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하고 봉사하는 정신이 없어서는 새로이 우뚝 서기 어려운 것이다.
과거처럼 안일에 빠져 있으면 회생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한번 빠져버린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은 위기돌파의 확고한 의지와 투지가 부족해서다. 그것은 왜 우리만 희생을 하느냐 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나는 눈꼽 만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회생이 가능하겠는가. 그래도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
설마 공기업을 정부가 부도내겠느냐 하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다보니 과거의 경영행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인적 구성을 정리할 생각은 아예 없다. 구조조정이란 남의 나라 얘기다. 개인회사에서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노조가 앞장서 보너스도 반납하고 임금도 동결한다. 이것이 사람 사는 정 아닌가. 그런데 공기업은 어떠한가.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인 세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란 사람은 1년 동안 무려 12억6000만원을 받아갔다. 돈 많은 금융회사라지만 이미 뿌리 채 흔들린 회사다.
실제로 그런 경영으로 엄청난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국민의 갈채를 받는다. 국민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당연한 보수다. 그런데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휘청해진 회사에서 가져갈 것이 뭐가 남았는가. 빈껍데기만 남은 회사의 고혈을 빨아먹을 생각을 버리고 하루 빨리 회사를 살릴 생각부터 해야 옳지 않은가. 그렇게 하려면 자기희생은 필수다.
이런 이치를 벗어난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명색이 금융계의 지도자로 활동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장들의 평균 연봉이 6억3600만원이다. 금융업은 아니지만 똑같은 정부투자기관의 장들은 평균 1억5700만원으로 은행장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지방은행장들도 모두 4억 이상의 연봉으로 떵떵거리고 산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여 세계 경제대통령 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이 그린스펀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세계의 주가가 들먹였다. 0.5%의 금융이자가 그의 한마디에 오르고 내릴 때 주가는 널뛰기를 했다. 그런 막강한 영향력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그린스펀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미화로 17만1900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억7190만원이다. 그 지위나 영향력으로 본다면 우리 은행장들보다 10배를 받아도 많다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 오히려 형편없이 적은 것은 공직자의 자세요 제도에 기인한다. 그런데 우리 은행에서는 경비나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일개직원의 연봉이 9100만원인 사람까지 있다니 다문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영업직에 있는 사람도 아닌 경비나 운전업무는 단순 직종이다. 특별한 재주나 기능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에게도 많은 돈이 주어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업무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이 지급되는 것은 낭비다. 다른 회사나 일반상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액연봉은 그대로 국민의 부담이다.
직업의 귀천과는 아무 상관없다. 그들의 업무를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보수는 위화감만 조성할 따름이다. 공적자금이라고 해서 퍼주기만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경영에 중점을 두는 사고를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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