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임 종 인(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12-07 18:27:29

{ILINK:1}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놓고 우리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통합신당파는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반한나라당세력 통합이 필수라며 통합신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창당파는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몰아세우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당의 지지율이 8.8%까지 떨어진 데에는 통합신당파와 재창당파 모두 책임이 있다. 그리고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든 관심이 없다. 그만큼 실망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청와대가 국민의 관심이라도 받으려면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민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주도권 다툼을 벌여서는 비웃음을 살 뿐이다.
반성과 사죄는 재창당파인 청와대가 먼저 해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당선시켜준 서민과 개혁세력보다 재벌과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폈다.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최근 입장을 바꿨지만 노 대통령은 서민들이 바라는 분양원가 공개는 반대하고 재벌건설사들을 위한 공급확대정책을 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평화번영과 대미자주를 말하면서 미국의 불법침략을 돕는 이라크파병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더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입장을 바꿨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해 당의 정체성마저 부정했다(우리당 지도부도 노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 연정제안을 추인했고 이로써 우리당의 정체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최근에는 한미FTA까지 추진해 지지세력들이 떠나도록 만들었다.
우리당의 전·현직 지도부의 잘못도 노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한나라당에나 어울리는 인사들까지 대거 끌어들여 우리당을 정체성 없는 잡탕정당으로 만들었다. 4.15 총선에서 서민과 개혁세력의 지지로 과반수 의석을 얻었음에도 총선이 끝나자 바로 이들을 외면했다. 우리당의 노선은 개혁이 아니라 실용주의라고 규정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도록 만든 것이다.

이들이 우리당을 이끄는 동안 대부분의 개혁입법은 한나라당에 밀려 후퇴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실패했다. 민생개혁도 내세울 것이 없고 친재벌정책만 양산했다. 법인세 2% 인하,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고가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삼성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금산법 개정, 최근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추진이 예다. 평화세력이라면서 정부의 이라크 파병도 수용했고 철군에도 소극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쪽은 지지율 몰락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는 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투고 있다. 배신당한 서민과 개혁세력의 쓰린 가슴은 아랑곳없이 정치공학을 통해 표를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격이다.

통합신당이든 재창당이든 이런 식의 정계개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념과 노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바뀌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봤자 멀지 않아 둘 다 ‘도로 우리당’이 되고 만다. 말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하는 ‘좌파 신자유주의’, 앞으로는 자주를 외치면서 뒤로는 미국의 요구에 철저히 따르는 ‘친미 자주’가 반복될 뿐이다.
당지지율을 한자리수로 만든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사이비 개혁을 원치 않는다. 당장의 실권을 가졌다고 해서 또 다시 정계개편의 주도세력으로 나서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 새 시대를 여는 정계개편은 원칙을 지켜온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으로서 철저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원칙을 지켜온 분들이 모여야 한다. 나는 여야와 원내외를 떠나 중도진보 성향의 개혁인사들이 정책모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눈에 보이는 의석수나 당장의 이합집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모여야 한다.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 ‘한줌의 불씨가 광야를 불태운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주체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민과 중산층이 바라는 정책과 노선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내용은 없고 주도권 다툼만 하고 있는 지금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민들이 엉터리 정계개편에 현혹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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