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업(氣- up)이다 (下)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시민일보

| 2006-12-10 16:45:23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Next Society’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 정신이 높은 나라라며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한국이다. 약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기업이 없었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도 없었고, 전쟁으로 한국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24개 가량의 산업에서 세계 일류 수준이고, 조선과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 주자이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불굴의 개척 정신과 모험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업을 일으키고, 이를 자기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로 여기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한(恨)’으로 가라앉은 대한민국을 ‘흥(興)’으로 들뜨게 할 기폭제가 될 것이다. 기업하는 사람의 사기를 북돋우고 기업 할 맛이 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기업의 기업(氣-up)이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환대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대한민국은 1980년 이전 상태에서 멈춰 있었다. 그 이면에는 단순히 군사강국이나 대국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헤매고 있는 동안 고도성장을 이룩한 경제대국으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짙게 배어났다.

중국은 이미 ‘모방에 의한 추격’에서 ‘혁신을 통한 추월’로 전략을 전환했다. 문제는 기업이다. 중국은 기업이 넘쳐나고 우리는 실업이 넘쳐난다.

중국은 이제 서부 개척 시대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업도시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한다.

정부가 나서서 추진한 러시아 유전개발사업과 행담도 개발사업을 보며 나는 그 발상의 황당함에 조소를 금치 못했다. 이제 정부는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에는 과감하게 손을 떼야 한다. 사업은 기업이 판단하고 추진할 몫이다. 정부는 행정 서비스를 통한 기업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안전한 사회 환경 조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기초연구 투자를 통한 사업 기회 촉진, 공정하고 안정된 경제 질서 구축을 통해 시장경제의 큰 틀을 유지·발전시키는 조정·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최대 자원은 사람이다. 현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사람 입국’을 내세웠지만 구호만 거창할 뿐 ‘평준화’와 이념의 틀에 갇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평준화’와 ‘공공성’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마다 교육이 세계의 변화와 사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을 비판하는 말 중에 “독 속의 참게”라는 말이 있다. 참게는 항아리에 수백 마리를 넣어도 뚜껑을 덮지 않는다. 뚜껑을 열어 두어도 기어올라가는 놈의 발을 다른 놈이 잡아당겨 주저앉히는 일이 반복되기에 단 한 마리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아서 어느 누구도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평균·평등주의는 이제 버려야 할 때다. 한 사람에 의해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일자리가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여러 기업들과 더불어 ‘탈규제’, ‘민간 부문 확대’, ‘인프라 확충’, ‘교육의 질 향상’,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해 지혜로운 동행을 한다면 세계 속의 일류 국가가 되는 길은 결코 멀어 보이지 않는다.

1980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경기침체는 이웃이 실직했을 때이고 불황은 내가 실직했을 때이며 경기회복은 카터가 물러났을 때입니다.”

자, 누가 이 총체적 난국의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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