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의 정치(上)
한나라당 진 영 의원
시민일보
| 2006-12-21 17:10:29
나는 우리 민족의 마음과 혼이 담겨 있는 ‘삼국유사’를 좋아한다. 신라의 화랑 기파랑을 찬미한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와 아름다운 수로 부인을 위해 한 노인이 지었다는 ‘헌화가(獻花歌)’를 읽으면 우리 조상의 기백과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 중에서도 현실정치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만파식적’에 관한 설화이다. 나라에 근심 걱정이 생겼을 때 이 피리를 불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신비한 이야기이다. 그 원문의 번역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31대 신문왕의 이름은 정명, 성은 김씨다. 개요 원년 신사 7월7일에 즉위했다.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를 창설했다. 이듬해 임오 오월 초하루 해관 파진찬 박숙청이 아뢰었다. “동해 섬에 있는 작은 산 하나가 물에 떠서 감은사를 향해 오는데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합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일관 김춘질에게 명하여 점을 치게 했다.
“대왕의 아버님께서는 지금 바다의 용이 되어 삼한을 진호하고 계십니다. 또 김유신 공도 삼십삼천의 한 아들로서 지금 인간세계에 내려와 대신이 되었습니다. 이 두 성인이 덕을 함께 하여 이 성을 지킬 보물을 주시려 하십니다. 만일 대왕께서 바다로 나가시면 반드시 값으로 칠 수 없는 큰 보물을 얻을 것입니다.” 왕은 기뻐하여 그 달 칠일에 이견대로 나가 그 산을 바라보고 사자를 보내어 살펴보도록 했다.
왕은 놀라고 기뻐하여 오색 비단과 금과 옥을 주고는 사자를 시켜 대나무를 베어가지고 바다에서 나왔다. 그때 산과 용은 갑자기 모양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왕이 감은사에서 묵고 십칠일에 지림사 서쪽 시냇가에 이르러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먹었다. 태자 인공이 대궐을 지키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말을 달려와서 하례하고는 천천히 살펴보고 아뢰었다. “이 옥대의 여러 쪽은 모두 진짜 용입니다.” 왕이 말한다. “네가 어찌 그것을 아느냐?” “이쪽 하나를 떼어 물에 넣어 보십시오.” 이에 옥대의 왼편 둘째 쪽을 떼어서 시냇물에 넣으니 금시에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그 땅은 이내 못이 되었으니 그 못을 ‘용연’이라고 불렀다.
왕이 대궐로 돌아오자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천존고’에 간직해 두었다. 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가 지면 날이 개며 바람이 멎고 물결이 가라앉는다.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 부르고 국보로 삼았다. 효소왕 때 이르러 천수 4년 계사년에 부례랑이 살아서 돌아온 이상한 일로 다시 이름을 고쳐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했다. 자세한 것은 그의 전기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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