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팔작(八作)지붕이더냐!

이노근(노원구청장)

시민일보

| 2006-12-21 17:11:45

“신하들이 집거하는 공간은 검은 바탕에 흰색 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를 써서 그 격을 양보하지요.”

그러나 편액 글자색이 황금색(黃金色)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그 메시지를 찾지 못한다면 감동이 반감되고 말거다.

그렇다면 근정전의 메시지가 무엇이더냐?

경복궁 조성 기획부터 건설 그리고 작명 사업까지 그 역사(役事)를 주도한 사람은 삼봉 정도전이다. 따라서 그 분한테 근정전에 대한 작명의 변(辨)을 들어봐야 할 거다.

‘시경(詩經)의 문장을 빌어 근정전(勤政殿)이라 지었다.’ ‘정치의 근본은 부지런해야 한다.’ ‘아침에 정사(政事)를 보고 낮에 의견을 물으며 저녁에 정령(政令)을 닦고 밤에 몸을 편안히 한다.’

바로 왕권의 전당 근정전이 표명(表明)하는 바는 ‘정치를 잘 하려면 위로는 왕과 만조백관 그리고 아래로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름지기 근면(勤勉)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거다.

그러면 지금부터 법전(法殿) 근정전에 대한 신상기록부를 열람하여 볼 터이다.

‘상하 월대 위에 2층으로 지은 건물이며 내부는 아래·위층의 구분이 없다… 정면 5칸(30.1m) 측면 5칸(21m) 다포양식에 중층 팔작(八作)지붕의 큰 직사각형 건물이다.’

서양건축의 구조는 철골을 수십 가닥씩 연결하고 거기에 촘촘히 대못을 박고 기둥을 땅속에 깊게 심는데 경복궁 등 고궁건축에는 아예 그런 개념은 적용하지 아니했다. 그런데도 근정전과 같은 거축(巨築)이 장구한 세월을 구조적으로 견디는 것을 보면 정말 그 지혜가 놀랍다.

도대체 당신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것이 뻔하다. 고건축가나 알아볼 전문용어들이 수두룩한데다 쉴 새 없이 금시초문의 고건축 용어들이다.

“도대체 다포양식(多包樣式)에 팔작(八作)지붕이라니…”

여하튼 노교수의 공포양식부터 수강을 해야겠다.

“건물의 기둥과 대들보간 연결부위를 공포라 하고… 그런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 것을 주심포(柱心包)라 하지요… 기둥과 기둥 사이 주간(柱間)에도 공포를 여러 개 설치하는 것을 다포식(多包式)이라고 하며… 그러니까 공포는 지붕처마의 하중을 기둥과 벽으로 전달시켜주는 결구방식(結構方式)이고… 그런 동시에 미장효과(美裝效果)도 기대를 하지요…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등이 주포식(柱包式)이고… 서울 숭례문, 법주사 팔상전, 불국사 극락전 등은 다포식(多包式)이며… 여기 근정전은 다포식에 속하지요.”

그렇다면 당신의 추가적(追加的)인 질문은 보나마나 팔작(八作)지붕은 뭐냐고 물을 거다.

전통가옥(傳統家屋)의 지붕양식은 여러 종류가 있다.

“팔작이니 우진각이니 맞배지붕이니… 한옥지붕은 우진각·맞배·팔작지붕으로 나눠져요… 우진각 지붕은 사방 면이 모두 지붕면이 되고… 그래서 지붕면을 전·후방에서 보면 각각 사다리꼴로 보이고… 좌우측면에서 바라보면 각(角)이 삼각형으로 보이죠… 용마루와 추녀마루만 있고 내림마루는 없어요… 창덕궁 돈화문, 덕수궁 대한문, 창경궁 홍화문이 여기에 해당해요… 맞배지붕은 건물의 전·후면에서 볼 때 지붕면이 직사각형으로 보이고 측면에서는 지붕면이 없어 삼각형태의 박공양식으로 처리하지요… 그러니까 책을 펴서 엎어 놓은 모양이지요… 수덕사 대웅전, 서산 개심사 대웅전이 이 양식에 해당하지요… 팔작지붕은 우진각 지붕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것을 연상하면 되지요… 전 후면과 측면은 모두 지붕이 만들어지지만 우진각 지붕처럼 삼각형 끝점까지 기와가 올라오지 않고… 중간쯤에 팔자형(八字形) (또는 삼각형) 박공이 만들어 졌지요… 그러니까 전면에서 보면 갓 쓴 모습이고 측면에서는 사다리꼴 지붕 위에 측면 박공을 올려놓은 것으로 보여요… 경복궁 경회루, 창덕궁 인정전 등이 이에 해당되요.”

그러나 나의 경험상 그 지붕양식을 아무리 장황하게 문장으로 설명한들 그걸 이해하는데 태반은 실패할 거다.
따라서 고건축 지붕양식에 대하여 굳이 확실히 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고궁전각(古宮殿閣)을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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