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신중해야
주 승 용(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12-21 19:45:37
{ILINK:1} 최근 들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반값아파트’ 즉,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아파트를 싼값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많은 관심을 얻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당에서는 부동산특위를 구성해 나름대로 이 대안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정책의 반영여부에 대해 한창 논의 중입니다.
지금껏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은 부동산정책이 진행중이고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분양원가공개의 반대에서 찬성으로 말을 바꾸더니 이제는 여당과 전혀 논의가 없던 사안임에도 야당의 제안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니까 불쑥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대책특위’는 이제라도 먼저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최종안을 마련한 후에 정부와 협의를 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각종 대안들에 대한 부작용의 검토가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특위에서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일명 ‘반값아파트’라 불리는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과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공개 추진, 공공택지의 전면 공영개발 등 부동산시장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중요한 방안들을 검토하면서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건교부에서 판교신도시에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44평형의 경우 건축비로 2억2000만원만을 내고 토지비에 대한 월 임대료는 153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저소득층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토지임대·건물분양아파트의 토지임대료를 낮추려면 국공유지를 사용해서 토지비용을 대폭 낮춰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국공유지 비율은 22.5%에 불과하고 특히 택지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의 경우 2.3%로 극히 낮은 수준 입니다.
일부에서는 송파신도시의 82%가 국공유지라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이 군사시설용지이기 때문에 대체시설 조성비로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주택공사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건설하면 수익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서민의 수요가 예상되는 수도권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며 토지임대·건물분양을 주택공사의 수익을 위해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분석입니다.
여기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가상각으로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결국 건물수명이 다하면 개인의 재산이 사라져버리는 문제점까지 더 한다면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은 선호의 대상이 아닌 외면의 대상이 될 것이고 오히려 기존의 분양아파트에 대한 희소가치만 높아져서 부동산시장의 수급여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역시 지나치게 좋은 점만 부각된 채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가 안 된 실정입니다.
주택을 매각할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매각하도록 의무화하면 과도한 양도차익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주택구입을 통해 자본이득을 얻으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여건상 환매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시세차익이 없는 환매주택을 매각한 후 가격이 상승된 일반 민영주택으로 이동하기가 곤란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기존 분양주택에 대한 희소가치가 높아져 인근 주택가격의 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상 최근 논의되는 각종 대안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만 저는 이 모든 대안들을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일단 추진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기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정책은 단순히 정책의 변화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공간과 토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변화까지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여론만을 의식해 말을 바꾸고 정부 당국자는 돌출발언으로 국민이 혼란케 하는 사이에 여당에서까지 조급한 마음에 정책까지 서둘러 마련될 경우 자칫, 주거공간인 아파트가 사회적 애물단지로 전락 시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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