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정파 이익 위한 공직

박태우(국제정치박사)

시민일보

| 2006-12-28 19:59:23

우리나라에 참으로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의 군 출신 원로들이 대통령을 향해서 군폄하발언을 취소하라는 이색적인 성명이 나오고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시대에 국방에 관한 역대의 군 수뇌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논리만 고집하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6일 오전 송파구의 향군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의 안보불안을 걱정하면서 대통령의 올바른 국가관 정립을 촉구한 사건을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매우 보기 드문 희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대의 안보 위기라고 진단하는 전직 군 원로들의 걱정에 청와대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분명 잘못가고 있는 국정의 모습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자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공격을 받고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다”는 동 떨어진 현실인식을 보여주었다.

누가 보아도 사실상의 현실정치 적극참여를 염두한 그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편하게 다가 올리는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 만들기의 1등공신이라 자처하는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도 “가급적 정치에는 손을 떼고 나랏일에 전념할 것”을 주문하는 것을 보면 거의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국가의 군을 총지휘하는 대통령이 군 원로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안보문제를 비현실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는 편견(偏見)에 대한 일반군인들의 우국충정일 것이다.

“군에 가서 몇년씩 썩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70만 국군장병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폄하”라는 강력한 군 원로들의 질타가 있었다.

또한 전혀 검증과 근거가 없는 “북한 미사일이 대한민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편견에 대해 군원로들은 “북 미사일 공격대상은 남한 국민들일 뿐, 국가 안보는 0.01%의 불확실성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명쾌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바짓가랑이에만 매달린다”는 대통령의 편견에 대해 “미군 주둔으로 인해 전쟁이 억제되어 오늘의 번영이 이루어졌다”는 국제정치적으로 균형 잡힌 현실주의 이론을 잘 보여준 군 원로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이 나라에 그래도 군 원로들이 노구를 이끌고 나라가 이처럼 어지러운 상황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서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에서 한국선비정신의 일말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한민국의 원로들이 우국충정(憂國衷情)으로 사심을 버리고 더 큰 나라사랑의 물꼬를 트는 선비정신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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