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가더라도 차근차근’

송 영 선(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1-07 18:31:42

{ILINK:1} 최근 청와대가 마련하고 있는 군복무체계 개선안은 크게 유급지원병제 도입, 예비군 편성제도 개편, 군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되어 있다. 이 방안 하나하나가 병역제도 전반과 국방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따라서 신중하고 냉철한 접근 그리고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중요하다.
역사 이래로 군역(軍役)은 백성이 짊어져야 할 가장 엄중한 부담중의 하나였다. 군역의 핵심은 적정 국방력 유지와 군역의 형평성 확보에 있다. 이런 원칙은 오늘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원칙의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규범이 지난해 12월28일 여야가 통과시킨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국방 및 병무정책의 방향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것으로 최고위 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오는 3월말 시행 예정으로 아직 하위법령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의 원칙과 방향을 뛰어넘은 내용이 담긴 새로운 내용의 병역제도 개편방안을 제기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 변양균 청와대정책실장은 이 개편안이 ‘비전 2030’과 ‘국방개혁 2020’의 기조를 따랐다는 말을 했으나, 정부의 정책이 법률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의 원칙과 기조를 구체화하는 속에서 병역제도 개편방향이 잡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낳을 수가 있다. 또 대선을 앞두고 ‘표얻기용 선심’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제기한 정책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대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급지원병제도는 우수한 숙련병 확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이 아닌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유급지원병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이 제도는 소요예산의 증가, 부사관 대비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병역자원의 수급현황, 부사관과의 관계, 최적 효율성 증진 방안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제 통신·항공 등 일부 전문분야에서 시범 실시 후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방개혁 2020’ 역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예비군 편성제도의 개편의 방향과 관련하여,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예비군 조직 정비, 훈련체계 개선, 무기·장비 및 전투예비물자 현대화 등의 3가지 원칙을 정하고 있다. 특히 정예화된 예비전력으로 발전시키되 예비전력 규모는 오는 2020년까지 상비병력 규모와 연동하여 개편·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304만병에 이르는 예비군 관련 제도 개편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비용 대비 효과 측면이나 예비군 전투력 유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실제로 예비군 관련 예산은 연간 3225억원(‘07년 국방예산 기준)에 이르지만, 83%인 2675억원은 3600여 예비군 중대장들의 인건비로 충당되고 있다. 실제 예비군 교육훈련비는 291억원이며, 1인당 운영비 예산은 1만9000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현역병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군 중의 일부를 따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즉 예비군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이 중 약 10만명 정도를 ‘전투예비군’으로 선발하여 전투력을 유지하고 그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는 ‘숫자만 많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행 예비군제를 개선하는 하나의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군 상비병력 규모를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목표 역시 3년마다 안보상황 및 위협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감안하여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군복무기간 감축 내용은 없으며 입법과정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 물론 사병 복무기간은 병역법에 규정된 사안이고, 또 법률을 개정할 필요 없이 6개월 이내에서 정부가 조정할 수 있기에 그 한도 내에서 검토하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나오고, 이것이 정치적 이해가 우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는 적정 국방력 유지, 징병자원 수급, 상비병력 규모, 군인 처우 개선, 신세대 장병 의식 변화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국방안보의 관점에서 우선 검토되어야만 한다.

좀 더 분석적으로 보면,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장기적으로는 복무기간 단축과 감군론은 별개의 접근을 요하는 정책방향으로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즉 감군을 이행하기 위해 복무기간단축이 전제될 필요도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상비병력 축소, 복무기간 단축, 지원병제 도입, 직업군인 처우 개선 등의 방향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하나의 당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안보현실과 국민조세 부담 등 현실적 요인을 고려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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