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 변화의 새기류

한나라당 진 영 의원

시민일보

| 2007-01-14 19:30:04

분단과 6·25전쟁으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는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 기류는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전쟁지향적인 이데올로기의 전면적인 퇴각 현상이다. 이제 남과 북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켰던 그 이데올로기와는 사실상 무관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도 전쟁을 일으켰던 그 이데올로기가 지금의 이 시대에서는 반시대적이고 반민족적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이데올로기에 미련을 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령 북쪽만 해도 김일성 주체사상이라는 이름의 전쟁 이데올로기로서의 공산주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실제적인 삶의 의미이기보다는 통치권을 장악한 지배집단의 자기 합리화의 논리이거나 민중 동원의 구호임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적어도 그 이데올로기가 의미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라고는 여기지 않게 되었다. 김일성 주체사상이 21세기에도 적실성을 가진, 그리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시킬 이념이라고 여기는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 주민들은 한국에서나 서방 사회에서 주장하는 민주주의 또는 시장경제체제에 대해 약간의 외경심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 하고 시장경제체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당장 시장경제체제도 자유민주주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한다면 북한에서는 전면적인 체제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공산주의의 한계를 알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포로와도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오늘의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한국 국민이라면 북한 통치자들의 주체사상 선전에 좌우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강하게 공산주의에 의해 뭉쳐졌고, 김정일의 지배집단에 의해 강고하게 단합해서 ‘남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침투시키고 끝내 북한 주도의 통합’을 시도한다 해도 그것은 이룩될 수 없는 한낱 백일몽에 불과하다. 그들의 주장이나 논리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을 그들의 영향권으로 몰고 갈 능력조차도 없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은 이제 그들 스스로를 지켜내는 데도 힘겨울 지경이다. 북한 주민들은 겨울철에도 차가운 방에서 잠을 자야 하고, 하루 세끼 배부르게 밥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들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조차 충족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일성과 김정일만을 찬양해야 하는, 이제는 관성화된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모습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질 뿐이다.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마르크스주의도 몰락했고 그들을 지원했던 소련조차도 해체되었으며, 중국만 해도 시장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체제로 변모했다. 지금 세계화의 대변화 속에서 아무리 강압적인 통제를 취한다 해도 세계화의 바람을 막아낼 수는 없다. 특히 이데올로기로만 무장하면 배고픔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식으로 강조되었던 1960년대식 사고는 통할 수 없게 되었다. 글로벌 경제라는 세계경제체제의 거대한 변화 물결이 북한을 예외지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시간 문제다. 그 변화의 바람 속에서 북한이 지금의 체제로 지속한다는 것은 멸망의 길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만큼 지금 북한은 변화의 새로운 국면에 놓여 있다.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올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인지, 북한 스스로의 선택일 수는 있어도 변화 그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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