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총리의 왜곡된 애국관

박 태 우(국제정치학 박사)

시민일보

| 2007-01-24 17:53:43

{ILINK:1} 어제는 모처럼 만에 가장 마음을 깊이 나누었던 친구와 대포한잔을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 10시가 가까워오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대한 중계방송 멘트가 흘러나왔다.

필자도 지난 수 년 간 노 대통령의 실정과 왜곡된 역사관에 대해 나름의 객관적 기준을 갖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잘 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었기에 그의 임기 마지막 이 국정연설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던 차였다.
신년연설이 시작 되서 5분이 흘렀을 적에 버스 안의 승객이 소리를 지르며 듣기 싫으니 라디오를 음악채널로 돌리라고 운전기사에게 간절하게 호소를 하고 10분이 지나자 노 대통령 목소리는 버스 안에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삶이 피곤에 보이는 이 한 승객의 거친 항의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음악을 듣고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된 것이다. 이 간단한 사건 하나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서 평가받고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국민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다.

물론 노사모와 같이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방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는 것은 민주정치제도 하에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연설서두에 “민생경제 파탄문제에 대해서 문민정부 시절에 물려받은 것이며 노대통령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라는 대목에서 판단해 보아도, 결국 민심(民心)의 향배를 또 다시 왜곡된 시각으로 진단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우리 국민 모두의 불행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2002년도에 현(現) 대통령과 집권당 내부에서 가장 큰 대통령후보이자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한 후보의 국회 보좌관으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며, 수 십 차례 언론과 경선현장에서 현 대통령의 국가와 민족 그리고 역사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경선 장(場)으로 가는 공항에서는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승하러 가면서 넉넉하게 웃음을 나누면서 덕담을 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그 당시 필자가 우려했던 국정운영의 방향과 성과가 국민들의 불안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체감지수화되어 부정적으로 각인되고 체질화되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그 분이 겉에 웃는 모습으로 보여주던 정감과는 대조적으로 그 이후 대선후보가 되고 반미(反美)를 이용하여 대통령이 되고 민족사관을 스스로 해석하는 과거사 정리부터 국제정치무대에서의 독단적인 발언, 그리고 행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1년 국정의 우선순위를 안보와 경제에 철저히 맞추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바로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반(反)하는 신년연설이 진행되는 전 날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만나서 개헌문제를 협의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보인다.


한명숙 총리는 23일 국무회의에서 범정부차원의 개헌지원기구 구성을 지시했다 한다.

대통령의 임명으로 총리가 된 한명숙씨의 고민과 걱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통령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관련부처가 참여해서 학계와 정계 및 시민사회 등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돼야 할 것”이란 지시를 내린 것은 아무리 보아도 공직자의 부적절한 정치적 처신이란 판단이 든다.

지난 2004년 4.15총선에서 필자는 기호 2번으로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갑(현재 동구) 국회의원 후보로 기호 3번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현 총리와 총선을 치렀다. 물론 기호 1번의 홍사덕 후보와 현 총리가 워낙 거목이어서 필자의 순수하고 애국적인 목소리들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 때 보았던 한 총리의 모습은 인자한 누님 같은 분위기로 당시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반(反)열풍을 타고 오직 공명정대한 국민속의 정치, 바른 역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목소리를 일산에 심었던 것이다. 그 당시 많은 유권자들이 노 정권 초기의 역사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서민정당의 주장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총리로써 국민의 약 70%가 반대하는 개헌논의를 다시 공무원집단에서 공권력을 중심으로 점화하겠다는 발상을 보니, 그 역시 말로만 국민을 위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파벌정치의 집행자 노릇에 공권력의 일부분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국민들은 중차대한 국가적 위기에서 국민들의 여론수렴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다시 자신들의 정치적 파당을 위한 변명과 지지로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남은 1년 동안은 대통령과 총리는 공명정대(公明正大)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국민들의 여론을 중심으로 국정에 전념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한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요, 대한민국 역사의 요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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