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한반도의 비핵화
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
시민일보
| 2007-02-15 19:13:25
{ILINK:1} 시간이 매우 다급한 모양새로 일단은 ‘북경 2.13 합의’라는 이름으로 나온 6자회담 결과물은 앞으로 남은 험난한 실무그룹 협상과정을 예측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그림을 시작하는 의미 있는 나름의 외교적 업적이라고 믿고 싶다.
문제는 핵(核)을 갖고 있어야 하는 김정일 정권의 속내와 원칙을 버리고 빠른 합의 수순으로 몰고 간 미국정부의 속내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익(國益)과 어떻게 일치하느냐는 것에 있는 것이다.
베이징합의의 요약은, 북한이 영변의 핵 시설을 페쇄·봉인 후 IAEA 감시를 수용하는 조건에서 60일 이내에 북한에 중유 5만톤을 대한민국이 먼저 제공하고,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까지 나머지 95만톤을 회담국들이 균등부담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대북지원 부담을 균등하게 나누어 집행하고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테러지원국명단에서의 삭제와 적성국 해제협의를 위한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전개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정상화’, ‘북일관계정상화’, ‘경제.에너지협력’, ‘동북아평화·안보체제’ 등 9.19 성명에서 규정된 5가지 분야의 실무그룹(Working Group)회의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이다.
성급한 결론이라는 인상이 더욱더 찾아드는 이유는, 이미 제조하여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6~8개의 핵 무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하 언급이 전혀 없고, 북한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당면한 국가적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전술적 행동이라는 판단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에서 협상으로 선회한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실패는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안보비용으로 전가될 것이기에 이 협상결과가 갖고 있는 이면(裏面)을 그리 즐거운 눈으로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핵 실험으로 핵 무기를 보유하고, 추출한 플루토늄도 상당한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제네바합의를 무효화시킨 장본인인 고농축우라늄(HEU)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이번 북경합의에서는 언급자체가 없는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적인 걱정을 하는 국내의 애국세력들이, 자칫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평화와 진보를 위장한 친북(親北)세력들에게 마치 전쟁을 선호하는 호전세력으로 매도되어 핵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북한의 대남선전선동에 놀아날 확률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큰 함수(函數)가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의 평화체제전환문제와 연계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남한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챙겨 곤궁한 북한경제를 회생해야하는 김정일 입장에선 별로 어려운 카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열악한 대내외상황을 잘 분석해보면 잠정적인 합의에 불과한 ‘2.13 북경합의’를 마치 핵문제가 타결된 것처럼 큰 소리로 보도하고 외치는 한국 언론들의 태도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03년 12월에 ‘한국의 촉망받는 차세대 정치신인’으로 선발되어 홀로 일본외무성 초청으로 일주일간 일본을 방문하여, 많은 인사들과 면담을 나누고 주요 사적들을 돌아보며 일본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힌 기억이 있다.
바로 그 때에도 한일(韓日)간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지금도 분단형태로 일본과 맞물려서 돌아가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구도를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끌고 가고 중국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진지한 고찰을 한 기억이 새롭다.
일본이 보는 이면의 문제점을 이야기 해 준 것일 것이다.
북한이 자금난으로 큰 문제에 봉착하여 BDA에 묵인 자금을 미국이 30일 이내에 해결해 주겠다는 실질적인 선물과 더불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일본과 관계개선이 이루어지는 시점의 이득은 정치.외교적으로 엄청난 것이고, 우리 정부가 대북송전 및 경수로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10~13조원까지 생각하면 북한은 이번 합의로 엄청난 실익(實益)을 챙긴 것이다.
이런 저런 계산을 해 보아도 북한은 핵 폐기 전에 최소 7800억원을 챙겼다는 전문가들의 계산은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에는 아직 명확한 분석이 없어 보인다.
이 말은 확실한 북 핵 폐기 및 기존의 모든 핵 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제거라는 확실한 검증을 동반한 성과물이 없을 때까지 우리들이 계산하는 우리들의 손익계산서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핵 시설 폐쇄(shut down)에서 불능화(disablement) 그리고 최종적으로 폐기(dismantlement)로 가는 3단계가 몇 년이 걸릴지 아니면 십 수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이 시점에 성급한 북 핵 문제 타결을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들의 전략과 냉정한 평가가 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과연 북한이 투명한 신고와 약속사항 이행으로 김정일 정권을 담보로 한 ‘핵 해체 및 완전한 제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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