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꽃피우는 역사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장대섭(서울지방보훈청장)

시민일보

| 2007-03-06 16:54:29

올해로 제88주년을 맞이하는 3.1절 독립만세운동 기념식과 계기행사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예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기념식에 그쳤지만 언제부터인가 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와 백일장, 시민건강 달리기 등 국민참여형 계기행사들이 많아져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날에 대해 잊지 않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행사들이 개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80이라고 하는데 위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 될 삼일절을 기념하는 더 많은 행사들이 창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갑자기 시간여행에 빠지면서 1919년 이후 기억나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생각나는 대로 짚어 보았다. 8·15 조국 광복과 6.25 전쟁, 휴전과 남북 분단, 4.19 혁명, 한·일협정 체결, 베트남 전쟁 파병, 새마을 운동과 경제부흥, 5.16과 유신헌법 선포 그리고 5.18 광주운동과 민주화 투쟁, 올림픽 개최, 최초 민간인 대통령 당선과 금융위기 등등….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는 어떤 역사들이 만들어지고 기억될 지 궁금해진다.

3.1 독립만세운동은 많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세운동에 참가한 인원이나 참가지역도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중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만세운동은 국권을 빼앗긴 후 체계없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항일투쟁에 조직력과 구심점을 갖춘 임시정부 수립을 가능케 한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독립의 당위성과 끝까지 투쟁할 것을 주장하여 우리 민족의 저력과 기개를 세계 만방에 전파하였다. 그래서 3.1 독립만세운동을 떠오를 때면 울분과 함께 희망의 싹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미국의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일본군위안부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다. 마이크 혼다 민주당 하원의원에 의해 제출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우리나라 위안부 2명과 네덜란드 위안부 1명이 증인으로 출석하였다. 1996년 이후 그동안 위안부 결의안은 8번이나 기각되었던 까닭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일본내에서도 이번만은 좀 긴장하는 분위기로 결의안 채택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혼다 의원은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격리수용했던 사실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이 깨끗하고 분명하게 사과함으로 잘못된 과거의 사실이 역사의 한 장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점을 강조하며, 역사에서 똑같은 잘못이 자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잘못을 사과하여야 하며, 이러한 진정한 화해를 통해 21세기 동북아 국가의 평화적인 발전을 위해 결의안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또한 일본은 외교적 수단을 적극 활용하며 유엔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 진정 세계의 지도자급 국가가 되고 싶다면 “이미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끝났다”라는 논리로 진상규명을 거부한 체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역사적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가지는 것이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이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대한민국의 딸로서 직접 나서 다른 나라에서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한 바 있다.

앞으로 어떤 역사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기억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는 제2의 이용수 할머니들 같은 분들이 존재하지 않도록 국가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그 울타리 안에서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는 수준 높은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그런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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