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장호 하사를 보내며
박 진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3-07 17:04:53
{ILINK:1} 3월2일 오후… 하늘도 슬프면 눈물을 흘린다고 했었나,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故 윤장호 하사를 조문하기 위해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향하는 내 마음 속에도 슬픈 비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故 윤장호 하사. 그는 약관 27살의 자신의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근무를 자원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을 한 후 CEO를 꿈꾸던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였다.
그러나 윤 하사는 말없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머나먼 서남아시아 사막의 이국땅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병역에 복무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영정 속의 사진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해맑은 웃음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만들었다.
사흘이 지난 3월5일 새벽… 故 윤 하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다시 성남 군군수도통합병원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며칠 전 조문 가는 길에 그토록 비가 내리더니, 영결식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슬픈 마음은 더욱 얼어붙는 듯 했다.
故 윤 하사의 영정 좌우에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두 개의 훈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리 정부가 수여한 푸른색의 인현(仁賢)무공훈장과 미국 정부가 수여한 자줏빛의 동성(銅星)훈장, 두 개의 빛나는 훈장 사이에 놓인 윤 하사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니 더욱 가슴이 뭉클해졌다.
헌화와 조총, 묵념이 끝나고 고 윤 하사의 시신은 태극기에 고이 쌓여 운구 됐다. 참석자들은 경례로써 숭고한 희생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그 마지막 순간, 너무나 소중한 아들을 잃은 윤 하사의 부모형제 유족들은 입술을 깨물고 흐르는 눈물을,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참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우리 모두는 참담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윤 하사의 죽음이 더욱 애통한 것은 그는 누구보다도 반듯한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했던 애국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중학교 때 미국에 유학을 간 그는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입학했으나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아프가니스탄 파견을 만류할 때도 “영어를 잘하는 내가 통역으로 나라를 돕고 싶다”며 스스로 지원했다고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이름을 딴 다산부대에서 근무하던 윤 하사야말로 다산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생활에서 실천한 모범 청년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땅에서, 전쟁의 참화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위해 평화재건사업에 매진했던 윤 하사야말로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사자(使者)’였던 것이다.
이제 윤 하사의 갚진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우선 우리 해외파병 장병들의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장병들은 이라크의 2300여명을 비롯해 세계 8개 분쟁지역에 2500여명이 파병돼 UN평화유지군(PKO)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7월이면 레바논 지역에 약 350명이 역시 PKO의 일환으로 파병될 예정이다.
정부는 파병을 할 때마다 우리 장병들의 근무지역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어느 파병지역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국제적인 정보공유 등을 포함해 해외파병군 안전대책을 더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파병지역 전반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도 실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지구촌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테러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키고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평화재건사업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故 윤장호 하사가 남긴 숭고한 염원일 것이다.
윤장호 하사. 그는 27세의 꽃다운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그가 못 이룬 꿈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글로벌 CEO의 꿈도, 인류 평화에 대한 염원도, 대한민국을 위한 애국심도 이제 그를 대신해 우리가 이뤄야 한다.
나 역시 윤 하사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그가 못 다한 꿈을 대신 이룰 수 있도록 국민과 국가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참다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 하늘나라로 간 윤장호 하사가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하며 삼가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막내아들을 이국땅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유가족과 친지 분들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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