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4)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3-11 18:30:31
아버지는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게 내심 부끄러운 점이 있었을 것이다. 딸에게 교육만은 제대로 받게 하겠다고 둘을 가까운 초등학교가 아니라 학력이 높기로 이름난 헌팅 가의 헌팅 타워 로드 초등학교에 다니게 했다. 가까운 학교는 하층계급의 자제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헌팅 타워 로드 초등학교는 대부분이 마가렛처럼 평판을 듣고 멀리서라도 찾아온 중산계급의 자제였다. 하층계급에서 올라온 알프렛은 딸을 다시 하층으로 떨어지게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도의 교육을 받으려면 그 나름대로의 대가가 필요하다. 학교에는 급식이 없었으므로 로버트 가의 아이들은 점심 때 2.6km의 거리를 왕복해야 했다. 그녀들은 매일 왕복10km 이상을 걸은 셈이 된다. 이 초등학교 시절의 통학이 마가렛의 몸을 단련했다. 그녀의 피로를 모르는 체력은 이 장거리 통학에 그 원천이 있다.
학교에 들어간 마가렛은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의 생활이 친구들과 다른 것을 알아채게 된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후 게임을 즐기거나 친구들 집에 놀러 가기도 하며, 일요일이면 샌드위치를 들고 부모나 인근 사람들과 피크닉을 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싫더라도 자신들의 매일이 그들과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로버트 가의 두 아이는 하교하면 점포일을 거들거나 자신의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든가 할 뿐이다.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에 간다. 애들 마음에도 남이 부럽게 보였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남들처럼 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의 대답이 마가렛의 가슴에 깊이 꽂혔다.
“마가렛, 다른 사람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무언가를 하려고 해서는 안 돼. 무엇을 할 지는 자신이 결정하고 그에 따라오도록 남을 설득해야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녀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침 그때 “자신의 길을 가라”고 가르쳤다. 종종 정색을 하고 위엄있게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은 확실히 그녀의 가슴속에 남았다. 마가렛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던 아버지의 인생 교훈이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결정하고 그에 따라오도록 남을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대처의 정치 자세 그 자체였다.
“할 수 없다”,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노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으며, 노력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고, 온갖 수단을 다해 몇 번이고 도전하는 것에 인생의 가치가 있다고 아버지는 딸에게 가르쳤다.
수상이 되고 나서도 마가렛은 측근이나 각료 앞에서 자주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50세가 넘은 여성에게서 “아빠가”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머쓱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50세도 한참 지난 일국의 수상에게서 여전히 “아빠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빠’의 힘은 강했다.
초등학교 시절의 마가렛은 조용하고 고지식하며 융통성이 없는 아이였으나, 자신감을 감추고 있는 아이기도 했다. 단정한 생김새이긴 했으나 그리 귀여운 어린이는 아니었던 듯하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9살 때 이 지방에서 열린 연극제에서 시를 낭독했는데 상당한 솜씨여서 상을 받게 되었다. 초등학교의 여자 교장이 “운이 좋았네요, 마가렛”하고 칭찬하자, 마가렛은 화를 내며 대답했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니에요. 상을 받아 당연하답니다.” 이만큼 노력했으니까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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