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위의 북미 핵외교

박 태 우(푸른정치연구소)

시민일보

| 2007-03-11 19:00:54

매일 전 세계의 언론지면을 장식하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방문이 그의 밝은 웃음으로 귀결되는 사진과 함께 일단은 막을 내렸다. 기대치 않았던 많은 대화를 하고 일정한 성과를 얻어가는 북한외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반면에 대한민국외교의 초라한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필자는 매우 안타깝다. 북 핵 문제의 가장 큰 당사자로써 우리 외교가 분명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북미협상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절대로 한반도에서 북 핵을 용인하는 수순에서 이 문제를 덮으면 안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생명과 안위(安危)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에서 단호하고 명확한 논조로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 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미국이 잠정적 외교적 목표로 설정한 핵 및 관련물질의 국제테러집단으로의 이전금지를 위해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인 북한이 개발한 과거의 모든 핵과 물질을 용인하는 대실수를 절대로 하지 못하도록 우리 외교력이 총 매진할 시점인 것이다.

하기야, 북 핵도 일리가 있고 나름의 자위적인 수단이라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보아온 외교부가 무슨 강경한 성명을 낼 수 있을 지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미 구닥다리 시설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영변원자로만 포기하고 기존의 핵무기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책략(策略)과 부시 행정부의 단기적 외교적 성과에 대한 성급한 집착이 맞물려 자칫 대한민국의 안보(安保)가 희생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정부는 강온양면책(stick & carrot policy)을 구사하는 미국의 외교노선을 잘 활용하여 북한이 장난을 칠 여지를 봉쇄하는 치밀하고 계산된 우리 자체의 북핵(北核) 외교노선의 정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버웰 벨(Bursell B. Bell)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이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은 HEU 프로그램으로 핵 무기를 만들 수 있을것”이라고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열린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는 소식을 잘 새겨야 한다.

그는 또한 “미국이 한국에게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의 모든 조항을 수용할 것을 요청했으며, 한국이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바람”이라는 말도 했다 한다. 또한 한국군의 감군계획도 북한의 실정을 보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다.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는 북미협상의 말잔치에 현혹되지 말고 벨 사령관의 충고와 무게실린 한반도 상황분석에 더 귀를 기울이고 대한민국국민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총력외교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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