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수난시대

임 해 규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3-18 17:33:28

{ILINK:1}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입니다. 부모님은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는 베풀고자 합니다.

이러한 교육열이 고도성장을 이루어낸 원동력이 되었고, 사립학교는 국민의 그 교육열을 실현해 준 주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전국에는 1만9793개의 학교가 있고, 그 가운데 1967개가 사립학교입니다.

초등학교는 5733개 중 75개(1.3%) 중학교는 2999개 중 659개(22%) 고등학교는 2144개 중 944개(44%) 전문대학은 152개 중 139개(91.4%) 4년제 대학은 175개 중 150개(86%)가 사립학교입니다.

사립학교의 역사는 1895년 국가가 신식학교를 세우기 시작한 것보다 10년이나 앞서있습니다.
사립학교의 역사가 깊고 사립학교들이 점차 드러나다 보니 여러 가지 비리도 생겨나고 그것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개혁과 투명성을 내세워 일부 사학의 비리를 침소봉대하며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였습니다.

첫째, 소위 ‘개방 이사’를 이사회가 강제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학에 부정비리가 극심하여 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가니 그 예방책으로 이사회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이사를 강제로 넣어서 비리를 감시하도록 하자는 생각입니다.

우리 국민 정서에 영합하는 참으로 그럴듯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립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해서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는 개인이나 단체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재단법인인 학교법인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따라서 학교법인은 사적 자치에 따라 국가권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적으로 그 건학이념을 구현하도록 법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사회를 견제하는 기구는 이사회 밖에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무시하고 사학을 이끄는 집행부격인 이사회에 의회격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사람을 보내는 것은, 마치 야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장관으로 받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둘째, 사학이 잘못하면 ‘관선 이사’를 즉각 파견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정 전의 사립학교법에도 사학의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 즉 수업이 안 될 정도가 되면 교육부에서 관선이사를 파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 비리를 ‘방조’했다는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이유로도 이사를 파면하고 관선이사를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한번 파견된 관선이사의 임기조항도 없애버려서 관선이사가 사실상 임시이사가 아니라 영구 이사가 되도록 개악했습니다. 그런데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의 임시이사의 면면을 보면 집권당 출신 정치인이나 소위 진보적 시민단체에 관여한 교수출신이 많습니다.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은 우리나라 사립학교 비율이 높아서 공교육이 취약하니 사립학교를 사실상의 공립학교로 바꾸고 싶어 한다. 개악된 사립학교법은 사립을 공립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그 시나리오는 이렇다.

1 단계 :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사회를 감시할 이사를 추천하여 파견한다.

2 단계 : 그 파견된 ‘감시를 위한 이사(소위 개방이사)’가 이사회에서 문제를 일으켜 학내분규를 조장한다.

3 단계 : 그 학내분규를 핑계로 교육부에서 ‘관선이사(법적으로는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그 관선이사에는 반드시 집권당과 정치적으로 인연이 있는 인사가 포함된다.

4 단계 : 그 관선이사는 기존의 설립자 중심의 이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다.

5 단계 : 사립학교는 정부가 매입하지 않고도 본질상 공립학교가 된다. 왜냐하면 이사회 이사의 4분의1 이상을 개방이사로 충원할 수 있으니 전부를 개방이사로 충원해도 되고, 이미 교육부에서 보낸 관선이사들이 새로운 이사를 충원해도 되기 때문이다.’

정말 사립학교 이사회가 의심하는 개정 사학법의 의도가 위와 같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립학교의 부정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도 활동하고, 교육부가 행정지도를 하고 정기적인 감사도 합니다.

그러고도 부정비리가 있다면 그것을 처벌하는 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교육을 위해 교육부와 국회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은 사학을 범죄시하여 감시를 강화하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학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사학이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을 진흥하는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사학법을 재개정할 필요에 대해 공감하였습니다.

또 2월 27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2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을 재개정을 합의처리 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재개정하겠다는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개방이사 조항을 포기하지 않고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에 호소합니다. 이제 정파적 이익을 버리고 교육을 위한 대로(大路)로 나오십시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