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의 끝은 어디인가?
김정기(중국북경대학 연구교수)
시민일보
| 2007-03-18 17:46:06
학자들과 정부기관에서는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이 2002년 중국사회과학원의 ‘변강사지연연구중심’의 주관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2002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티베트를 중국화하기 위하여 공산정권 수립(중국 통일)과 거의 동시에 침략을 개시한 것처럼, 한반도를 겨냥한 동북공정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중국공산군이 대거 참전한 이른바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항미원조전쟁, 즉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을 지원한 전쟁’에 갓 태어난 중국공산당 정부가 엄청난 국력의 소모를 감수하면서 수십만 대군을 한반도에 투입한 것은 단순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반도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간주하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값비싼 투자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한반도의 통일이 다가오는 기미가 보이자 저들은 서둘러 ‘북한관리’를 시작한 것이 동북공정이라는 사이비 학문의 탈을 쓰고 나타난 것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중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쓰고 몇 편의 TV 연속극을 제작, 방영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비극적인 착각이다.
먼저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외교적으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이 ‘미국에 할 말은 한다’는 자세를 보인 것은 그 시기나 정황에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한국 정부의 체통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라는 것은 한심할 정도이다. 그동안 ‘고구려 역사 연구’와 관련한 단체 하나만 급히 만들어 국가적, 민족적 과업을 민간학계의 활동에 떠넘긴 채 손을 놓고 있다가 그나마 그 활동도 유명무실하게 해버린 것이 전부였다. 이것을 정부라고 할 수 있을지. 이런 정부를 가진 나라를 진정한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음 정부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단순한 ‘고대사 문제’로 밀쳐버리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총체적 민족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여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노리는 최종의 목표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티베트화일 것이다. 아니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선린사대라는 이름으로 생존을 위해 조공을 바치고 천자로부터 국왕을 책봉 받던 조선시대쯤으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헛꿈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미국, 일본 등 강대한 해양세력으로부터 중국 대륙을 지키기 위한 방파제로 한반도를 이용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그 어느 목표도 망상이며 헛꿈이라는 것을 중국 사람들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대중국 외교는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이미 연변을 비롯한 조선족 자치지역에서 조선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평양에 동명성왕릉을 거대한 규모로 수축하고 단군릉을 만드는 등 민족사 복원에 애를 쓰는 것 같은 북한정부도 중국과의 현실적 갈등에서는 무력하며, 이 일을 바로 세울 힘은 대한민국 정부에서만 나온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동북공정이 역사 교과서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정치의 문제이자 민족생존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북한의 사이비 신정국가(神政國家)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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