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땅 간도, 지켜야 할 땅 독도

김정기(중국북경대학 연구교수)

시민일보

| 2007-03-19 17:49:16

잊혀진 땅 간도는 어떤 땅인가. 그동안 우리와는 상관없는 땅으로 여겨져 왔으며 듣기에도 생소했던 이 지역은 지금 중국의 영토가 되어버린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의 우리의 옛 땅이다. 우리가 만주로 알고 있는 압록강, 두만강 이북의 땅은 우리 민족의 발원지이며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다. 그러나 이 땅은 아주 오래 전 우리의 땅만은 아니었으며 바로 근대 조선 후기까지도 청나라와의 영유권 분쟁상태에서 간도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우리가 개척하고 실질적 영유권을 행사한 우리의 영토였다.

러·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고종을 협박해 이른바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았다. 일본은 조선을 삼키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일삼았고, 제국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주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를 동원하여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10만여 한인(韓人)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독립운동의 무대로도 유명했던 용정에 ‘통감부 파출소’까지 설치했다. 일제가 이어서 취한 조처는 간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이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고 만주를 좀 더 쉽게 삼키기 위해 청나라와 조약을 체결했다. 그 내용은 만주 지역 철도 부설권, 푸순 탄광 채굴권 등을 청나라로부터 얻어내고 간도 지역을 청나라에 양도하는 조약이었던 것이다.

을사조약으로 조선은 외교권을 상실해 버렸고, 그 대신 일본이 조선의 외교를 도맡았던 것이므로 조선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간도 지방을 잃어버렸다. 1965년 한일 국교수립이 성사되면서 일본은 한국에게 100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내놓고 일제 때 한국을 대신하여 행사한 모든 외교조약의 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약 60년 전에 체결됐던 간도협약 역시 일본 마음대로 체결한 조약이니 무효가 되는 것이고, 이대로라면 간도는 우리 영토가 돼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분단된 한국 상황에서 중국이 그동안 지배해오던 간도를 되찾는 일이란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제법적으로 무효인 을사조약에 의해 맺어진 간도협약은 당연히 무효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우리는 간도협약 무효를 중국 측에 통고하고 간도 땅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중국 측은 우리의 통일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서자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하며 간도의 영유권을 고착화하려 하고 있다.

국가 간 체결된 조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조약 체결 후 100년 이내’인 데 한국이 간도 문제를 국제기구에 호소할 수 있는 시기는 간도 협약 체결 100년째를 맞는 오는 2009년까지이다. 이때까지 우리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간도는 영원히 중국 영토로 남게 될 확률이 크다고 본다.

이제야말로 간도를 둘러싼 북방영유권 문제를 중국과 본격 논의해야 하며, 간도 문제를 더 늦기 전에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기구에 보내 법적 해결을 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청·일 간에 맺은 간도협약이 국제법상 무효임을 중국에 통보하지도 않았고, 대외적으로 간도지역에 대한 우리의 영유권과 한중 간에 미해결된 지역임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 결과 최근 각종 국제회의에서조차 동북아 경협이나 동북아 안보를 논하면서 간도지역이 영유권 문제제기 지역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외국인 학자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가 누구의 책임인가. 이것은 간도 영유권에 대한 중요성을 국민 모두가 외면했고, 아예 없었던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간도영유권을 분명히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에서는 혹시 모를 일, 즉 우리의 통일에 대비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구려, 발해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노력과 아울러 고구려 역사가 한국의 역사로 인식될 것을 우려해 북한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성사시키지 못하도록 조처를 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연변의 조선족에게까지 조국은 중국, 모국은 한국이란 세뇌를 시켜 조선족들로 하여금 중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만드는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며 대비를 하는 중국과 비교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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