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 폐지 안된다!

원 희 룡(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7-03-27 19:45:49

{ILINK:1} 최근 서울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제기한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이른바 3불 폐지 주장과 관련해 우리 한나라당의 당론이 찬성쪽으로 흘러 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행 3불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본고사의 경우, 3불정책 폐지론자들은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본고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본말이 바뀐 주장이다.

교육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은 본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100대 대학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OECD 국가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본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 대학들의 경우, 이른바 상위 1%의 성적에 해당하는 성적 우수 학생들로만 대학을 구성하려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오히려, 이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특정 지역, 특정 인종 등에 대한 입학 할당을 주는 할당제를 실시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학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는 입시 성적이 아니라, 대학 교육 그 자체이다.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본고사 폐지때문이라기보다는 대학 교육 그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만 뽑으려 하지 말고,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본고사보다 대학교육의 쇄신이 먼저다.

우리나라 대학경쟁력이 부실한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만 들어가면 공부를 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니, 혹은 해도 취업공부만 하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대학입시 때문이다.

만약 본고사가 부활한다면,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심한 입시지옥으로 더욱 더 내몰리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학부모들의 부담은 증가되어, 그렇지 않아도 높은 사교육비로 인해 휜 허리가 더욱 더 휘는 고통만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이는 고교 교과과정 범위 밖의 시험이 될 수밖에 없는 본고사라는 제도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될 수 밖에 없다.

둘째, 기여입학제는 개인적으로 현실성이 결여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학력을 돈으로 사고 파는 제도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이 부를 세습하고, 가난을 대물림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기여 입학제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일 뿐 아니라, 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기여입학제가 용납된다 하더라도, 기여입학을 통해 자녀를 일류대학에 넣으려고 하는 부모는 이 땅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기여입학제로 대학에 들어간 사실이 공개되면, 당사자들은 정상적인 대학생활은 고사하고, 평생 주변의 놀림을 지고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자녀에게 “돈으로 뒷문 입학했다”는 평생의 주홍글씨를 찍으려고 노력할 대한민국 부모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 제도는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셋째, 고교 등급제는 일종의 연좌제로서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본인의 성적이 아니라, 본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본인의 고등학교의 선배들의 대입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 평가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기본권 침해이다.

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10년 가량 분석해 봤을 때, “이 학생들은 입학 때 일반전형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10점쯤 낮지만 졸업 땐 별로 차이가 없고, 기업들 반응도 무척 좋다”는 한동대의 발표와 “입학 초기에는 특목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 사이에 상당한 학력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개 2~3학년이 되면 초기의 학력 차이가 메워진다”는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의 발표에서 보듯이 중요한 것은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대학이 어떻게 교육하는 가이다.

21세기는 지식경쟁의 시대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글로벌 지식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교육은 많은 것이 부족하다.

학력저하 문제를 해소하고, 지식경쟁에서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고사, 기여입학, 고교등급제와 같은 3불정책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아니라, 교육 예산 확충, 질높은 교사의 충원과 교원에 대한 엄격한 관리, 교육부의 규제 및 간섭 폐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3불정책 페지와 관련한 논란을 일축하고, 교육예산 확충, 질높은 교사의 충원과 교원에 대한 엄격한 관리, 교육부의 규제 완화 및 폐지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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