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을 향해 (3)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3-28 15:44:05

마가렛도 공원들의 험담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했다.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은 단지 밥을 먹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녀에게는 다른 정열의 배출구가 있었다.

주말이면 정치 집회, 데모, 보수당의 선거대책위원회 모임 등 그녀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행사가 몇 가지씩이나 열렸다.

금요일 저녁에 업무가 끝나자마자 하숙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런던 행 열차를 탄다. 대부분의 정치 집회는 런던이나 그 근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드물게는 집회에서 옥스퍼드 학생보수협회의 동료들과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느꼈다. 연구자로서의 생활은 그녀에게는 부수적인인 것밖에 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직속 상사였던 스탠리 부스씨는 이렇게 술회했다.

“마가렛은 매사를 철저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상상력이 넘치는 과학자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대부분의 남자들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나 그 때부터 그녀의 눈은 멀리 정치의 수평선에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보수당 당수가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어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소녀 시절부터 정치에 강한 흥미를 나타내고 그대로 정치에 집착한다는 것은 젊은 여성으로서는 극히 특이한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하여 권모술수를 부리는 따위의 정치적 동물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이는 것은 좋아했으나 결코 사람들과 일심동체가 되는 경우는 없다. 대중정치가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념과 주장을 내세워 나아가는 종교가의 냄새조차 느낄 수 있다.

그녀가 흥미를 나타낸 것은 인간 집단의 냄새 나는 이해 득실을 조정하는 정치의 교묘함이 아니었다. 하나의 힘에 의해 인간 집단이 움직여진다는 사실, 말하자면 권력의 흥미로움이었다. 이 젊은 여성은 일찌감치 권력의 달콤한 맛을 알고 있었거나 알고자 한 특이한 정치적 인간이었다.

마가렛은 부스씨가 지적한 대로 멀리 정치의 수평선을 주시하며 살고 있었다. 정치의 세계에 관련을 가지고자 하였지만 현실의 정치는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엉뚱한 일로 정치의 세계가 그녀 속으로 뛰어들어 왔다. 그녀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순간은 그저 잠깐 동안의 대화, 또는 그녀 친구의 변덕에서 생겨났다고 해도 된다. 그러나 그 순간을 그녀는 마음 속에서 은밀하게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1948년 보수당이 웨일즈의 란디드노(Landidno)에서 개최한 연차 총회에 마가렛은 옥스퍼드 대학 졸업생협회의 대표로 참석했다. 대회에서 그리운 옛 친구 존 그랜트와 만나 나란히 대회장의 자리에 앉았다.

그랜트의 맞은 편 옆에 앉은 사람은 켄트 주 다트포드(Dartford)의 보수당 클럽 ‘다트포드 협회’의 존 밀러 회장이었다. 그랜트가 밀러 회장에게 다트포드의 보수당 입후보 예정자가 누구인지 묻자 “아직 찾아내지 못했으나 찾아낼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젊고 우수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매우 힘든 선거구니까” 라는 대답이 왔다. 이때 그랜트의 한 마디가 마가렛의 운명을 바꿨다.

“젊고 우수한 여성을 고려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밀러 회장의 반응은 탐탁지는 않았다. 다트포드는 산업지대이기도 해서 젊은 여성에게 호의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당 의원이 강해서 보수당은 어지간히 강력한 후보를 세우지 않는 한 다시 패배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랜트는 물고 늘어졌다.

“재고하실 수는 없습니까?”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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