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을 향해 (7)

정인봉(변호사) 譯

시민일보

| 2007-04-03 17:57:22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당 정책이 좋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후보자는 저절로 바쁜 걸음이 된다. 필자는 이전에 대처 당수의 호별 방문을 따라간 적이 있다. 그녀가 너무 성급하게 걸어서, 따라간 김에 그 속도를 재보니 10미터를 4, 5초 만에 걸었다.

시속으로 환산하니 약 8킬로미터니까 보통 걷는 속도의 2배의 빠르기이다. 그녀의 지지자인 현지 노인들은 그녀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어 함께 걷기를 포기하고 멀리서 그녀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만큼 전력을 기울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연설회는 선거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영국에서 정치가로 가장 필요한 자질은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가, 즉 얼마나 말을 잘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말은 사람 나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가에게는 화술이 필수적이다. 연설에서 높은 점수를 딸 수 없는 정치가는 언젠가 탈락하기 마련이다. 영국 의회에서는 말에 의해 상대 측을 설복할 수 있는 자가 승자가 되며, 말에 지는 자는 정치가로서 실격이라 본다. 마가렛이 대학시절에 ‘옥스퍼드 학생보수협회’에 들어간 것이나, 나중에 수상이 된 윌슨이나 히스가 ‘옥스퍼드 학생연맹’에 가입한 것이나 어느 경우든 정치가를 목표로 해서 웅변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마가렛은 연설 전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말의 두려움을 알고 있었고 연설이 선거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말하기 시작하면 금세 이 긴장은 사라졌다. 말이 연달아 넘쳐 나왔다. 당수가 될 때까지는 언제나 초고를 읽지 않고 연설할 정도로 말은 그녀 속에서 솟아나왔다.

다트포드에서의 연설은 수상이 된 다음의 대처를 떠 오르게 한다.

“선거는 두 가지 생활 양식의 선택입니다. 하나는 필연적으로 노예의 길에 이르고, 또 하나는 자유의 길에 이르는 것입니다.

노동당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그 주장은 마약같은 것입니다. 잠깐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해독을 끼칩니다. 국민의 생활과 인격에 조금씩 해독을 입히는 것입니다. 조롱 속의 새를 생각해보십시오. 거기에는 사회적 안전, 식량, 따뜻함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살아가는 자유가 없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마가렛은 하원의원 입후보자로서의 첫 연설에서 자유의 고귀함을 당당히 밝혔다. 보수당은 스스로 이마에 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스스로 도와 노력하는 사람, 고생하며 힘을 쏟는 사람들을 찬양했다. 그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의 계단을 올라간 아버지 알프렛의 삶의 방식을 권하는 것이며, 사회복지의 혜택에 안주하여 노력하지 않으려는 전후 사회의 안이함을 추궁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자세는 그녀가 수상이 되고 나서 점점 더 강해진다. 나중에 우리들이 보는 대처 수상의 자세는 이미 처녀 연설에서 확실히 그 싹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스타일이나 내용은 그녀가 정치가로 데뷔하였을 때부터 전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잘 하는 정치가들 속에서 이만큼 일관하여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지켜 온 인물도 찾아 보기 힘들다. 그녀는 그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보수당 우파로서 권력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외무장관이나 재무장관의 경험도 없는 채로 당수가 되고 수상이 된 것도 그녀의 이 일관된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관성 때문에 역으로 영국사회가 그녀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녀 자신은 바뀌지 않았고 사회가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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