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전 장관 영장 기각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9-03-27 06:00:28
문대통령, 공수처 강조...수사확대 가능성과 유관?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청와대는 26일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표적감사를 벌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반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깊은 침묵을 지킨 반면 야권은 노골적으로 ‘불구속’ 압박 여론전을 펼친 청와대의 사법부 겁박 행태를 맹비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압박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라며 “이 정권의 사법부 겁박은 농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변인과 전 수석까지 나서 겁박해왔다”며 “그럼에도 청와대의 관련성은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관련, 청와대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도 ‘특정인물 찍어내는 행위는 권한 남용’이라고 법원이 판단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김의겸과 윤영찬은 박근혜의 참모로 인식 된다”고 비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 등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과 현 청와대 인사들의 주장이 모순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사법부를 압박했다.
또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됐던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 정부 때는) 정권의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를 ‘직권 남용’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발 뉴스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며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검찰은 과거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한다”고 검찰을 겨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같은 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이 김은경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신미숙 청와대 인사담당 비서관을 공모자로 적시한 만큼 검찰수사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 지명 이후 환경부 인사 실무자들이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을 방문해 산하기관 임원 인사를 협의한 정황을 포착한 데 이어 지난해 환경공단 감사 공모 서류전형에서 청와대 낙점 인사가 탈락하자 신 비서관이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확보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개입한 최종 지시자가 김 은경 전 장관과 신 미숙 비서관 정도가 아닌 청와대 윗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사건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관련자들의 기싸움이 한층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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